어느 화가의 밥상 L
노느라 혓바늘이 다 생겼다.
초등학교 동창 정례 모임으로
서울서 가까운 무의도에 갔다.
무의도와 소무의도 사이에 다리가 생겨
무의도 항에서 소무의도를 바라보고
군침만 흘릴 일 이젠 없다.
산 언덕에 쉴 만한 타이밍에
컨테이너 카페도 있고
산책길이 편하게 되어 있다.
바다에 둥근 작은 섬이 하나 보인다.
앙증맞게 이쁘다. 해녀도(해리도).
고대 문화 답사를 하도 다닌 지라
저렇게 둥근 것을 보면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선 인류 이전 시절 다른 문명권에서
산을 놓고 조성을 많이 했다는
근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주제를 명확히 갖고 작업을 해서
패턴이 둥그런 것을 최고의 진리 형상으로
조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얘기지만
가정이라도 그런 관점으로 보면
흥미진진하다.
소무의도에서 나오며 다리 위에서 본
소무의도 입구 산도 둥글다.
무의도 어촌 마을서 보면 둥글게 보일 것이다.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산을
달처럼 둥글다 해서 달뫼 혹은 달산으로 불린다.
달이란 말 자체도 커져서 둥글게 된 것이라는
의미가 어원적으로 있긴 하다.
그 둥근 산 이 하도 수상해서
검색해 보니 이름이 안산이란다.
안산은 풍수에서 쓰는 이름으로
기가 고이는 자리 앞산을 의미한다.
작은 섬 끝자락까지
지명을 허투루 짓지 않은 엣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그 문화가 못내 의문이다.
태고대 바위 문화를
젊어서는 애써 찾아다니며 연구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유유하게 놀러 와 보고 즐긴다.
엉뚱하게 보이겠지만
삶의 보람이라고 생각하는 어느 화가도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