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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25. 2020

장잉(?)정신으로 개복숭아 절임 2

어느 화가의 밥상 30






개복숭아는 명징했다.



들뜬 마음에 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개복숭아 따는 시점이 된 것이다.

살살 내리는 비가 가뭄을 해소시키는 날이다.


비 맞은 개복숭아 나무는

신선도가 있어 좋았다.




한참 즐거운 수확을 하고 있으려니

동네 방앗간 집 부부가 씩씩대며 

뭐 하는 거냐고 달려온다.

개복숭아의 유래에 대한

자초지종을 번갈아 가며 얘기한다.

아저씨가 팔 년 전에 맛나게 먹은

복숭아 씨를 한켠에 심었는데 순이 돋아

이 자리에 옮겨 심은 것이

지금의 개복숭아 나무라고.

즉, 개복숭아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내심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렇게 해서 딴 복숭아는 빼앗겼다.

다시 방앗간에 찾아가니

익지 않은 복숭아에 대해 난감해하는 눈치다.

개복숭아청 담그기에는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고

공원 관리인이 농약을 세 차례나 줘서 그렇고

익은 복숭아도 아니니 먹지도 못 하고

버리기는 아깝고 누구 주기에는 그렇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방앗간 아주머니가 내게 사라고 한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여쭈니

말을 못 하고 한 세월.

아저씨는 더욱이 모르겠단다.

아주머니가 개복숭아를 저울에 잰다.

7 킬로그램.

그리고 흘리는 말로

"매실은 가격이 킬로그램 당 3000원 하는데..."

라고 한다.

매실 가격으로 명징하게

개복숭아를 사게 되었다.

개복숭아 익으면 동네 사람들 나눠 먹을 것이니

먹으러 오란다.

익으면 맛있단다.




모든 일이 선명한 것이 시원하고 좋은 것이다.

비 맞은 주렁주렁 개복숭아도

몰랐던 개복숭아 주인의 등장도.


이번 개복숭아 절임이 괜찮으면

내년에는 농약 안 친 개복숭아와 

황매실를 찾아내 주문해서 담가야겠다.

본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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