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30
개복숭아는 명징했다.
들뜬 마음에 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개복숭아 따는 시점이 된 것이다.
살살 내리는 비가 가뭄을 해소시키는 날이다.
비 맞은 개복숭아 나무는
신선도가 있어 좋았다.
한참 즐거운 수확을 하고 있으려니
동네 방앗간 집 부부가 씩씩대며
뭐 하는 거냐고 달려온다.
개복숭아의 유래에 대한
자초지종을 번갈아 가며 얘기한다.
아저씨가 팔 년 전에 맛나게 먹은
복숭아 씨를 한켠에 심었는데 순이 돋아
이 자리에 옮겨 심은 것이
지금의 개복숭아 나무라고.
즉, 개복숭아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내심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렇게 해서 딴 복숭아는 빼앗겼다.
다시 방앗간에 찾아가니
익지 않은 복숭아에 대해 난감해하는 눈치다.
개복숭아청 담그기에는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고
공원 관리인이 농약을 세 차례나 줘서 그렇고
익은 복숭아도 아니니 먹지도 못 하고
버리기는 아깝고 누구 주기에는 그렇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방앗간 아주머니가 내게 사라고 한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여쭈니
말을 못 하고 한 세월.
아저씨는 더욱이 모르겠단다.
아주머니가 개복숭아를 저울에 잰다.
7 킬로그램.
그리고 흘리는 말로
"매실은 가격이 킬로그램 당 3000원 하는데..."
라고 한다.
매실 가격으로 명징하게
개복숭아를 사게 되었다.
개복숭아 익으면 동네 사람들 나눠 먹을 것이니
먹으러 오란다.
익으면 맛있단다.
모든 일이 선명한 것이 시원하고 좋은 것이다.
비 맞은 주렁주렁 개복숭아도
몰랐던 개복숭아 주인의 등장도.
이번 개복숭아 절임이 괜찮으면
내년에는 농약 안 친 개복숭아와
황매실를 찾아내 주문해서 담가야겠다.
본격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