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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17. 2020

인사동 된장 예술, 툇마루집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L



인사동에 친구가 전시 보자 해서
나가게 되었다.

인사동에서 큰 전시할 수 있는 장소는

아라아트뿐이다.

몇 년 전인가 호주 원주민 전통 미술인

'애버리지널 아트'를 흥미롭게 본 곳이다.


자유가 없는 공산 국가에서

미술을 기대하는 법이 아니다.

이번 러시아 현대 회화전은

인상파의 후예들의 작품전.

우리나라의 목우회만 못했다.

인상주의 그림은 낭만적인 기후가 

뒷받침 되는 남쪽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상주의가 

베니스에서 시작이 되었으니.

러시아는 추운 기간이 많은 곳이니

집안에서 오래 공들여 그리는

극사실주의(하이퍼 리얼리즘)이 

적성에 맞다고 본다.

실지로 파리에서 현존 러시아 작가 중

하이퍼 작가의 훌륭한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친구가 생일 빵으로
밥도 커피도 흔쾌히 사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성비 좋은 집을 엄선했다.
화가들에게 인정받은 집.
맛난 집된장 비벼 먹는 집.
툇마루집.

국으로 계란 푼 황태국이며
식단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점점 간이 짜진다.
안 그래도 집된장이 짜건만
반찬이고 국까지 짜면 안 되는데.
다음에는 발길이 가지지 않을 듯.
입맛은 이런 면에서 냉정하기도 하지.

그래도 커튼에 쓰여 있는 시가 위안을 준다.

배꽃도 지는 밤
별똥의 빠른 흐름이
한 생애 같다는
생애를 배꽃과 별똥으로

은유한 시.

그리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소품 본 것으로
만족하고 나온다.
와당이 둥그스레 볼록한 것이 인상적이다.



커피는 낙원동 큰길 건너
익선동 한옥집에서.
안방마님이 앉아 집안을 통솔하던
밖도 보이고 따뜻한 자리.
아름목이라 하나?
아른목인가?
네이버 사전에 안 나오는 단어.

내글 교정 봐주는 초등 친구가

아랫목이란다. 

친구가 책꽂이서 시집을 들자마자
좋은 시 하나 펴 보인다.
오늘은 식당과 카페에서
별이 주제인 시를 만나는 운세인가 보다.



지금은 우리가 / 박 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 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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