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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06. 2020

진짜 밥도둑,  게장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 개성 음식 페스티벌 2




개성 사람의 진짜 밥도둑


소금에서 시작해서

소금이 콩을 만나 장이 되었고

게에 장을 부어 게장이 된다.


개성 사람의 게장은

큰 게로 담근 게장이 아니다.

작은 돌게로 담근 게장이다.

돌게는 돌 근처에 사는 작은 게이다.

물론 맛이 꽃게나 다른 큰 게들과는 다르다.

작은 고추가 맵듯이

작은 돌게가 진하다고나 할까.

시중 시장에서 파는 게장은

대중의 입맛을 생각해서 달고 짠맛이

겉으로 돈다.

삭아서 발효가 되지 않은 탓이다.

곰삭아야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어려서 잘 사는 큰 이모네가 부러웠던 건

부엌 지하 항아리에

게장이 가득했던 것이었다.

게가 삭아 거의 간장만 보이던 것으로 보아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여간

그 게장의 맛이 게장의 기준이 되었다.

어느 잘 한다는 게장집을 가서도

그 맛은 아직 못 찾았다.

내가 직접 담가야 할까 보다.




게부터 잡아놔야겠다.

소쿠리와 생 돼지고기 한 줌을 들고

바닷가 방파제로 가면

금세 들통으로 한 들통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조선간장을 끓여 눈 딱 감고

게들 위에 장을 붓는 거다.

그다음부터는 뚜껑을 덮고 몰라라 해야 한다.

게거품 무는 것을 보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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