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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21. 2020

내 입맛대로 한다.  퓨전 주악 세트 메뉴 개발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51




디저트로 땅콩을 에어프라이어에

8분간 볶아 고운 소금을 찍어 먹는다만

뒷맛이 목구멍이 뻑뻑하고

약간 허전한 감이 있다.


가볍고 달달한 뭔가가 필요하다.

내 평생소원은 술 많이 들어간 술빵이었다.

애플파이도 좋아하는 맛이다.

밀가루 계피 반죽에 튀긴

추로스와 커피 한 잔은

디저트로 훌륭한 기억이다.

그러나 추로스에 대한 불만은 설탕이었다.

설탕 대신 꿀의 선택은 내 맘이다.


주악과 애플파이와 추로스의

장점만을 취해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을 만드는 거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반죽은 주악 식으로 하되

밀가루를 섞으면 딱딱해지니

찹쌀가루만 넣고 기름도 넣지 않고

소금과 막걸리만 넣어 튀기기.


달달한 맛은

전분 풀에 꿀과 계핏가루를 개어서

다진 사과를 넣고 비벼

애플파이 속 식으로 만들어 곁들여 먹는다.

이때 사과 당분의 승화를 위해

소주에 먼저 담가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좀 진한 맛의 소스를 위해서는

꿀의 너무 진한 단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꿀에 계피를 재 놓은 것이 있으니

따로 할 필요는 없겠다.




전통 주악 반죽은 무겁다.

디저트로는 좀 더 가볍고도

아삭해야 되지 않을까?

막걸리를 많이 부어 질퍽하게 했다.

반죽이 질어서

튀길 때 모양을 잡을 수는 없지만

나는 그런 거 따지는 인간은 못 된다.

어차피 내 입에만 들어갈 거니까.


애플파이 속 맛이

소주가 들어가 쌉쌀함이 도는 것이

어려서 어디선가 먹어 본 불량 식품 맛이다.

그러면 그렇지, 성공인 것이다.


꿀에 잰 계피는

날 설탕 단맛의 추로스보다

업그레이드된 품위 있는 맛이다.


이로써

튀김은 주악,

애플파이 속은 애플파이

그리고 꿀에 잰 계피는 추로스에서

영감을 받아

퓨전 주악 세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만족스럽다.




미술적 상상력을

요리로 현실에 써먹었다고나 할까?

역시 상상력은 물질을 만드는 에너지임이

다시 한번 각인되는 순간이다.


이런 면에서

예술과 요리가 일치하는 점이 있고

요리할 때 재미있는 것이다.





퓨전 주악


애플파이 속


꿀에 잰 계


퓨전 주악 세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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