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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23. 2020

미묘한 맛의 존재,   옥류관 냉면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53





냉면은

우리의 최고의 음식이기도 하지만

문화로 접근할 만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 미묘한 맛의 존재를 안다는 것은

우리 음식을 더운 음식과 찬 음식으로 분류할 때

반은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름철 시원한 음식으로

비빔국수나 열무나 유채나 김치말이 국수와

밀면, 메밀국수, 물회, 초계탕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 주자는 역시 냉면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반을 차지하는 북쪽 음식이니

지역적인 것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내가 주시하는 것은

그 슴슴한 맛의 정체이다.


30대 중후반에 중국 대련 해수욕장에 위치한

북한 식당에서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물냉면을 접한 적이 있다.

고명이라고 잘게 썰은 오이 몇 조각인

거의 맹물을 면한 듯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면서 그 존재를 실감하게 되었다.

계속 생각나고 먹고 싶은 것이라니.


설날 떡국도 중남부에서는 주로 쇠고기로

육수를 내지만 이북 지역들은 꿩고기가 대세다.

그만큼 꿩이 흔한 고기였다는 것이다.

냉면도 마찬가지다 꿩고기 국물에 동치미 국물을

합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유명하기로는 평양 물냉면과 함흥 비빔냉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다.

이북에는 평양이 남쪽에서는 진주가

문화의 중심이었다는 얘기다.

문화 중심은 경제가 돌고

학문이 융성한 곳이라는 것.

조식을 추종하는 남명학파가 진주에 있었다.

더불어 기생집도 흥했고

술 취한 손님에게 가기 전에

숙취와 원기 회복을 위해 냉면을 꼭 먹였다고 한다.

진주 냉면은 해산물로 국물을 우리고

고명으로 고기전을 산처럼 쌓아주는 특색이 있다.




서울 살 때는 이곳저곳 냉면집이란 냉면집들

많이도 기웃거렸다.

그중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이 가장 괜찮고

을밀대도 육수만은 일품이다.


서동탄으로 이사 온 후로는

꿩고기 냉면 육수를 주문해 냉면을 해 먹어 봤다.

이미 가공되어 온 육수라 낙제다.

많이 주문 안 했기에 망정이지.

그래도 어떻게 맛을 살려볼 양으로

동치미 국물이 없으니
봄에 담가 놓은 물김치를 섞고
고명으로 짠지와 오이지, 루꼴라, 햄볶음을 얹었다.
맛보다 시원함에 양으로 먹어도 보는 거다.
신경을 좀 썼더니 한결 나아졌다.

메밀국수를 삶고 나서는
메밀 삶은 더운물을 버리지 않는다.
춘천 메밀국수 맛집에서
메밀 삶을 물을 같이 내오는데
그것이 도 편하게 해 주고 인상적이었기에.



내가 냉면에서 바라는 것은 옥류관 냉면의

그 미묘한 슴슴함이다.

요즘 냉면에 식초나 겨자를 타는 것은

잘 익은 동치미의 공급 부족의 대체이자

양장피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것들을 곁들여야 맛이 나는 것은

냉면 본연에 대한 모독이요 장사 속이다.


맛의 진리를 맛본 이는 기준이 생기고

평생을 추구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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