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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25. 2020

디저트의 제왕, 바나나 튀김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55






파리 학교 근처 베트남 식당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베트남 식당에 간 적이 생각난다.

유학생들이 서로 집에 초대해서

다락방에서 해 먹는 것이 보통이나,

다른 친구들이 기숙사 학생들이라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기숙사에 있는 한국 남자 친구와

그 친구 기숙사에 같이 있는

태국과 시리아 여학생들.

태국 공주와 절친이라는 군살 없는

태국 여학생은 항상 밝게 웃어

태국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해 줬다.

시원한 큰 눈의 시리아 여학생은

등에 털이 많아 좀 기겁했다.

시리아 애는 나를 나는 태국 애를

태국 애는 내 한국 친구에 관심이 있으니

진도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글로 써서 기억에서 지우려는 의도이다.

글로 쓰면 개운하게 지워지곤 한다.

어떠한 기억도 새롭게 사는데 도움이 안 되니.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보트 피플을 받아들여

프랑스에 베트남인들이 꽤 있다.

대부분 베트남 식당을 한다.

덕분에 베트남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트남 식당은 대부분 저렴한 식당이지만

시내 가운데 있는 식당은

메뉴에 형식을 갖추어 디저트에

바나나 튀김이 있는 식당도 있었다.

우리가 간 식당은 그런 식당이었다.


디저트로 친구의 추천으로

난생처음 보는 요리에 가까운

바나나 튀김을 시켰다.

튀긴 바나나를 내와서는 서빙녀가

튀김 위에 럼주를 붓더니 불을 붙인다.

불이 확 붙자 금방 후 불어 꺼버린다.

튀김옷에 럼주가 가미되어 느끼한 줄을 몰랐다.

다른 식당에서는 볼 수 없는

기막힌 맛에 매료되었었다.


이것은 생각해 보건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베트남에서 개발된 음식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도 럼주가 없으니 불쇼는 못해도

나머지는 다 할 수 있으리라.


베트남 식당에선 바나나 한 개를

통째로 튀겨 나왔어서 썰어 먹어야 했다.

집에서는 그러려면 기름도 많이 들고

번거로워지니 잘게 썰어

한 입에 쏙 들어가게 튀겨냈다.

튀김옷도 내가 개발한 퓨전 약식 스타일로

막걸리와 찹쌀만으로

소금 약간 넣어 가볍게 튀겼다.

이로써 최상의 디저트가 완성되었다.

물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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