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육수는 고기 우려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다
동치미가 없지만
봄에 생전 처음 김치라고 담가 놓은
물김치를 동치미 대용으로 쓰고 있다.
여름에 물냉면 해 먹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육수와 섞어 놓아 갈증해소에도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김치가 떨어지기 전에
동치미를 담가야 했다.
동치미 담그는 것은
물김치 담기와 매 일반이다.
무를 주 재료로
고춧가루만 안 넣고
물을 많이 넣으면 된다.
생무가 없지만
짠지 담가 놓은 것이 있으니
그걸 쓰기로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지 뭐겠나.
아삭한 무 씹히는 식감이야
희생한다 치고
국물만 시원하게 익으면 그만이다.
실온에서 이틀 정도 놔 두어
익은 거 확인하고 김치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포인트다.
익지 않은 것을 넣으면 바로 실패다.
그랬다가 소량의 고구마순 김치
한 번 실패한 적이 있다.
무엇이던 자꾸 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는 법이다.
그래도 화가이니 감이 발달해서
지금까지 크게 실패는 없었다.
몰라서 황당했던 일은 있었어도.
짠지로 만든 동치미,
이틀 만에 잘 익었다.
좀 짠 감은 있어도
육수 섞을 거니 상관은 없다.
김치냉장고에서 넣었다 꺼내 마시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려서 겨울에 자기 전에
동치미 한 그릇 떠오라고 시키시던.
추운 겨울 내복 바람에
맨발 총총걸음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로
장독 뚜껑을 비스듬히 열고
얼른 떠서 다시 총총총
시원한 맛을 한 그릇 들이키셨던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