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Sep 02. 2020

시원하다! 동치미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61





냉면 육수는 고기 우려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다

동치미가 없지만

봄에 생전 처음 김치라고 담가 놓은

물김치를 동치미 대용으로 쓰고 있다.

여름에 물냉면 해 먹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육수와 섞어 놓아 갈증해소에도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김치가 떨어지기 전에

동치미를 담가야 했다.




동치미 담그는 것은

물김치 담기와 매 일반이다.

무를 주 재료로

고춧가루만 안 넣고

물을 많이 넣으면 된다.


생무가 없지만

짠지 담가 놓은 것이 있으니

그걸 쓰기로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지 뭐겠나.

아삭한 무 씹히는 식감이야

희생한다 치고

국물만 시원하게 익으면 그만이다.


실온에서 이틀 정도 놔 두어

익은 거 확인하고 김치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포인트다.

익지 않은 것을 넣으면 바로 실패다.

그랬다가 소량의 고구마순 김치

한 번 실패한 적이 있다.


무엇이던 자꾸 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는 법이다.

그래도 화가이니 감이 발달해서

지금까지 크게 실패는 없었다.

몰라서 황당했던 일은 있었어도.




짠지로 만든 동치미,

이틀 만에 잘 익었다.

좀 짠 감은 있어도

육수 섞을 거니 상관은 없다.


김치냉장고에서 넣었다 꺼내 마시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려서 겨울에 자기 전에

동치미 한 그릇 떠오라고 시키시던.


추운 겨울 내복 바람에

맨발 총총걸음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로

장독 뚜껑을 비스듬히 열고

얼른 떠서 다시 총총총


시원한 맛을 한 그릇 들이키셨던

할머니.










작가의 이전글 술지게미 물외 절임, 일본 가서 나라즈케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