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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02. 2020

술지게미 물외 절임,   일본 가서 나라즈케 되다.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W






우리 민족들이 삼한 시대부터

넘어가 일본 문화의 뿌리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일본인들도 시인하는 바이다.

40대 때 일본 전 지역 답사를 통해서

확인한 바 있기도 하다.


그때 한국에도 없는 삼국 시대 문화가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과거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착각도 들었었다.

삼국 시대의 이주는 한 왕조의 집단 이주였다.

최근 역사로 치면,

중국 본토에서 모택동한테 밀려

국민당 주석 장개석 쪽의

대만으로의 집단 이주 같은 것.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

도래인이라 한다.

이들은 선진 기술과 문화를

일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 도래인의 수장들은 신으로 떠 받들어졌고

그들이 도착한 항구를 신도항이라 부르고

그들이 삼지창을 꽂고 하늘에 제사 지낸 곳을

신성한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으며

그들을 모신 신사가 지금도 일본 전역에 즐비하다.


일본 음식도 한국과 유사한 것들은

대부분 한국의 고대 음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음식이 대부분 맵지 않고

소금을 기초로 해 간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고대의 음식은

지금처럼 맵지 않았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본 반찬 중에

일본인들이 애지중지하며 즐겨 먹는

우메보시(매실 절임)가 한국 반찬이라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다꽝보다 진한 색의, 깊고 오묘한 맛의 나라즈케가

한국의 '술지게미 울외 절임'이라는 것은 찾아냈다.


조선말 이득구의 <임원경제지>의 정조지 부분에 보면

소금과 술지게미로

여러 가지 절임을 담가 먹은 기록을 볼 수 있다.

사전에는 술지게미 참외 절임을 찾을 수 있고

덜 익은 참외를 소금물에 절여서 말린 뒤

술지게미 따위에 박아 두고 먹는 음식이라고 나온다.

삭은 누룩의 향기가 보태어지면 향미가 그윽해지고

입맛을 돋우어주며 발효성분이 소화력도 높여준다.

우리 선조들은 그것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참외는 참 오이의 준말이다.

오이 중에 진짜배기 오이라는 뜻이다.

무 정도 되는 크기의 오이가 있다.

울외라 한다.


참외로 '술지게미 참외 절임'을 하듯이

노각으로 '술지게미 늙은 오이 절임'을 하고

울외도 '술지게미 울외 절임'을 한다.


속을 파내고

소금물에 절여 말리지 않고 닦아내고

술지게미와 차곡차곡 쌓아 얹어 담가 둔다.

그러면 해가 거듭하면서 색이 진해진다.

일본산 나라즈케 같이 색이 진해진 것들은

몇 년이 지난 것들임을 이제 알겠다.



참외도 늙은 오이도 물외도

술지게미 절임을 할 수 있으니

무도 가능하리라 본다.


무를 소금에 절이면 짠지가 되고

장에 담그면 장아찌가 되며

소금과 술지게미로 절이면

술지게미 무 절임이 되리니.




가을 햇무가 나오면 시도해 보기로 하고

물외는 초여름 한 때 나오니 늦었으니

내년을 기약하고

지금은 참외 철이니  

'술지게미 참외 절임'을 해봐야겠다.

그다음은 노각이 나오겠지?

그럼 노각도.

그러고 보니 무 빼고 다 오이 종류이다.

절임 시기별 순서는 물외, 참외, 노각 순이다.




중학 동창 중에 종로에서 큰 일본어 학원

부원장을 지낸 일본통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내 글을 접하고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도대체 자네의 겁 없는 도전은 어디까지인지?
내가 아는 일본 절임음식은 보통의 내공으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라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다니!


부연설명이.
역사적으로 절임음식은 자네가 서술한 내용이

거의 확실하다고 동의하네.


일본에서 절임음식을 통틀어

'츠께모노'(절임 음식)라고 하지,

우리가 잘 아는 다꾸앙도 그중 하나.


'나라즈께'는 지명 奈良(나라)에서

처음 '츠께 모노'가 만들어졌다고 하여

나라즈께가 되었다고 하고.
여기서 일본어에서 명사와 명사가 합성되면
뒤 명사는 탁음화가 되어 '나라즈께'로 발음.


문헌에는 나라즈께는

일반적인 소금 절임이 아니고

술지게미로 담그는 등,  

500년 전에 처음 나왔을 때는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았다고 하네.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일본식 나라스케는 재래식 방법대로

소금에 먼저 절여 수분을 빼준 다음

물기를 닦아서

술지게미에 갈색 설탕을 가미해 절인다는 것이다.

재래식 방법대로 한다는 것은 장점이고

갈색 설탕을 가미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생산되는 막걸리 울외 절임은

소금을 바르고 물을 안 뺀 상태에서

술지게미에 바로 절인다.

이렇게 재래식으로 하지 않는 것은 단점이다.

그러나 설탕은 첨가 안 한다는 것은 장점이 되겠다.


제대로 하려면

먼저 소금에 절여 물을 빼주고 물기를 닦아내서

술지게미에 10달 이상 절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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