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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02. 2020

생존력이 창조한   막걸리 오이지 절임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60





집사람이 아랫마을 아는 언니네 갔다가
뭘 들고 와 아주 맛있는 거라며 내놓는다.
노각 장아찌.
아! 내가 바라던 거다.
오이가 달린 채 익어 따는 게
노각이란 걸 안 지도 몇 해 안되고
어떻게 먹는지도 몰랐다.

먹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나라즈케 맛이 난다.
직접 해 먹으라는 계시인가?



검색해 보니,
노각을 잘라 속을 긁어내고
갈은 쌀겨에 소금과 설탕과 소주 붓고
버무린 것을
속을 긁어낸 곳에 메꾸어 주고
실온에서 3일 후면 먹을 수 있단다.

더 간단히 하는 수도 있었다.
소금과 설탕만 섞어 메꿔주는 것인데
물기가 없어서
소금과 설탕이 녹는 시간이 더 걸리는지
5일 걸린단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건 장을 쓰지 않고
소금으로 하는 것이니 절임이 더 정확하겠다.
그러나 대중적으로는 장아찌라고 부르고
퉁 치고 넘어들 간다.
그건 그렇다 치자.



우리는 노각도 쌀겨도 없다.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은
이런 상황에서도 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있는 건 담가 놓은 오이지와 짠지와
생막걸리가 한 병이 있을 뿐이다.

노각 장아찌 담그는 원리를
먼저 생각해 본다.
절여주고 발효만 시키면 되는 거다.
오이지는 이미 절여진 거니
발효만 시키면 되겠네.

오이지를 잘라 속을 긁어내고
물에 담가 소금 기 좀 빼주고
막걸리를 부었다.



예상이 들어맞았다.
이로써 '막걸리 오이지 절임'이 탄생되었다.
생존 밥상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내친김에
오이지와 짠지에 집간장과 매실과 소주를 부어
오이지 짠지 장아찌도 담가 보았다.
비교해 보니
토속적인 맛에서 오이지 짠지 장아찌보다
막걸리 오이지 절임에 손을 들어주었다.




결론은 단순하네

단맛을 피하고 발효맛은 추가하고.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인가?

단 음식이 점점 더 싫어진다.

그러라 밥 다 먹고는 단 것이 땡긴다.

디저트는 달달해도 용서가 되는 것이다.





노각 장아찌





오이지 짠지 장아찌



막걸리 오이지 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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