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G1
갤러리 관장이 내게 권한다.
작가 언니가 시골서 따온 천연 다래.
처음 먹어보지만 적당히 달콤하니 꽤나 괜찮다.
뒤풀이는 옆 옆 좁은 운치 있는 골목.
식객 허영만이 인정하는 인사동의 홍어 전문집,
삼합을 시켰는데 홍어 위에 코가 얹어 나온다.
흥건히 콧물이 묻어 있는 듯한 자태.
처음 먹어 보지만 예상했듯 부드럽게 쫄깃하다.
삭힌 홍어찜은 코 안이 뻥 뚫리는 맛으로
그리고
삭힌 홍어회는 코 안을 톡 쏘는 맛으로 먹는 거다.
홍어 코를 맛보는 진귀한 경험을 하고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
민어는 부레를 먹으면 다 먹은 거고
홍어는 코 부위를 먹으면 다 먹은 거다.
이어서 내어 주는 한 접시의 삭힌 생애.
이 집이 왜 유명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좋아하니까.
기분도 좋으니 아이디어가 샘솟아
대화 중에 각종 중요 얘기들을 쏟아 내고 있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