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생존 밥상 82
고등학교 말년과 대학 초년에
요가 수행자 그룹과 주말이면 다닌 곳이
인수봉 밑 매바위 언저리이다.
겨울에 눈이 오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푸근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그 코스 중간에 도선사가 있어
점심은 무료 급식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도선사는 늘 된장국에 짠지와 밥이다.
몇 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 슴슴하고 된장 외에
들어간 것이 없는 된장국.
내가 평생 먹어 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된장국이 되었다.
김장철이라 무시래기와
배추 우거지가 흔한 계절이다.
무시래기를 아낌없이 넣고
된장을 좀 풀어 끓여 보았다.
진한 시래기 향이 감도는 된장국이 되었다.
평소 이렇게 진하게 먹어 보지 못했다.
그 진한 풍미를 이럴 때 느껴보는 거다.
텃밭에서 캔 남은 무시래기는
말리는 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담그련다.
그래야 만두 속 만들 때도 쓰고
된장국 끓일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