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지역 맛
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지역 맛
냉메밀의 반대, 온메밀 국수
내 냉메밀 글을 보고
초등 동창이 코멘트를 해준다.
온면도 구수하고 시원하다고.
셰프급의 요리를 하는 다른 동창도
온면 위에 들어갈 고명에 대해
레시피를 제공해 준다.
"김치를 쫑쫑 썰어
간장, 깨,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
고명으로 올려도 좋아."
메밀국수의 다른 면을
추구해 볼 기회가 빨리도 왔다.
기회는 대머리와 같아서
앞에서 잡지 않으면
뒤에서는 잡을 머리카락이 없다.
즉시 감행하고 볼 일이다.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다.
이순신에게 판옥선이 12 척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멸치 다시마 가루가 있다.
멸치 다시마 가루로 장국을 끓였다.
개운하기는 하나 무게감이 없다.
냉면을 위해 만들어 놓은
돼지 육수를 섞어 다시 끓였다.
그제야 그럴듯해졌다.
메밀국수 고명으로
냉장고에서 돌아다니는
어묵을 국수처럼 썰어 넣고
파와 김치 무침을 얹었다.
속이 뜨끈한 것이 몸에서 열이 났다.
성공적이다.
또 다른 동창이 메밀우동도 권했다.
온메밀을 위해
메밀소바장을 무 삶은 국물에 넣고 끓였다.
냉메밀국수만 못하다.
메밀국수는 머리가 쭈삣 서더라도 냉탕이어야.
비교를 위해,
가쓰오부시 장국 소스로도
온메밀 장국을 끓여보았다.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가쓰오부시 장국은
메밀국수보다는
가락국수 사리가 제격이지 싶다.
메밀국수 세 그릇을 단숨에 먹고 나니
배가 터지려 한다.
소화되라고 진한 커피를
이태리식으로 완샷 하고
이어서 50도 고량주 한 모금으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