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맛
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맛
무나물 재도전.
내가 한 무나물을 보고
초등 동창들한테 한 마디씩 들었다.
세로로 결을 따라 무를 채 썰어야
부서지지 않는다.
무를 얇게 채쳐야 한다.
나물들이 가늘고 긴 것이 일리가 있다.
섬세하게 간이 배니까.
채친 무를 삶지 않고 그냥 볶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다시 도전했다.
무나물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니까.
가르쳐준 대로
세로로 얇게 채친 무를
조선간장, 소금 아주 조금에
들기름 넣고 버무려 10분 간 재웠다.
간이 배어야 하니까.
무에서 물이 나온 체로
생강 넣고 볶았다.
조금의 생강은 풍미를 준다 했다.
볶다 보니 탈 것 같아서
쌀뜬물을 넣어줬다.
마지막에 후추와 들기름을 둘뤘다.
입가에 미소가 스미는
만족스러운 맛이다.
무나물이 좋은 건
무미한 듯 맹숭맹숭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인간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걔 중에 나물 하나 가지고 웬 난리냐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내게는 그렇지 않다.
이것이 앞으로 나물 반찬들의 기준이 되리니.
그리고
나물이 한식 반찬의 주요한 요소이니 만큼.
반찬이 없어 뭔가 심심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배고픈 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