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맛
초등 동창이 아들에게
무나물 반찬을 해서 보낸단다.
무나물, 좋아하는 반찬이지.
나물 반찬 중에 그것만 먹어대던
어린 날이 있었다.
다른 동창은 무나물 무칠 때
생강이 들어가면
풍미를 준다고도 한다.
풍미란 단어가 품고 있는 이미지는
참 풍요롭게 입안에 퍼져가는
그런 느낌이다.
예술가는 그런 단어에 약한 법이다.
참 알맞게도
집사람이 동네 새로 생긴 마트에서
무가 하도 싸서 샀다며 들고 들어온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나물만 먹기에는 허전하다.
황태채 무침도 같이 해 본다.
마른 황태를 어떻게 무치는 줄 몰라
유튜브를 들여다보니,
별거 아니네.
마른 황태채에 물을 좀 붓네, 그려.
모를 때는 별거 아닌 일도 깜깜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