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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20. 2021

또다시 챌린지, 무나물 3

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맛






본래 자기를 내세울 때는

자기의 가장 개성적인 것을 부각시킨다.

자기한테만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어느 사람이든 중요할 것이다. 


한식에서 내세워 왔던 것은 불고기였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고기를 재는 민족은 우리뿐이 없으니까.


파리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일식당 옆 집이

재일 교포가 한다는 코리안 바비큐 집이었다.

한국의 불고기를 재일 교포가 일본 입맛 화한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던 것이다.

꾸준히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한번 맛본 적이 있다.

얇게 썬 소고기를 달달한 왜간장 소스에 잰 것을

신선로가 아닌 그냥 민자 판에

즉석 구워 먹는 식이었다.

스키야키가 불고기 전골이라면

코리안 바비큐는 절인 불고기 구이.

일본에도 고기를 간장에 재는 문화가

없었던 것이다.


무나물 레시피에서 

양념에 10분 간 잰다는 사실을 일러준 동창은

마지막에 경상도식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남쪽에서는 나물도 잰다는 것.

더위에 음식이 쉬이 상하기 때문에

생긴 지혜로 봐야 한다.

불고기가 아닌 채소도

재서 요리한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나물 두 번째 포스팅을 보고 동창들에게서

내가 안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쌀뜨물은 국이나 찌개에~"

"너무 익혔네...

약간 덜 익은 듯할 때 불을 끄고 

뚜껑 덮어 뜸을 들이면 

살캉살캉 맛난 무나물!!"

"무나물과 후추의 조합은 왠지 생소하군."


누나도 엄마한테 배운 것을 얘기한다.

"무나물은 미리 재지 않고 

기름으로 볶으며 

소금 간 하고 

마지막에 파를 길게 채 썰어서 넣는 걸로~"


이럴 때는 내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 먹어 본 것을 기준 삼는 것이 상책이다.

무한히 허옇고 슴슴하고 물컹거렸던.

그리고 색이 하얐던...


방향이 섰다.

방침을 정하자.

미리 재지 말고 슴슴한 맛에 먹는다.

이번에는 쌀뜨물이 아니라 맹물을 택한다.

들기름이 아니라 그냥 기름으로 한다. 담백하게.

소금 간은 최소로 하고 

파 밑동만 조금 넣고 미니멀하게 간다.

마지막에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키 워즈는

슴슴함, 맹물, 미니멀, 담백, 뜸 들이기이다.




그리하여

절제를 통한 최소한의 양념으로

미니멀한 것이 되었다.

이거 뭐 수도승 같은 음식이라 해야 되나?

좋은 말로 아직 발화되지 않은

진리 본연의 맛이라 해두자.




뒤늦게 절친의 코멘트가 들어왔다.

그로써,

실고추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나물은 

최소한의 들기름과 생강 몇 쪽과 소금 간. 

마지막에 실고추 살짝ᆢ


요즘엔 실고추 쓰는 집들이 많이 없죠.

옛날엔 김장하고 난 ㅎᆢ 

마른 고추 배 갈라 씨 털어내고 

돌돌 말아서 곱게 썰어 실고추를 만들어 두고 

다음 해 가을까지 먹었죠.


예로부터 양반집 얌전한 음식엔 

고춧가루 대신 

실고추로 품위 있는 비주얼로 완성.ㅎ

무나물에 굵은 고춧가루 뿌린 거랑 

실고추 얹은 거랑 비교해보면 

답 나옴.ㅎㅎ

살짝 칼칼한 맛과 더불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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