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생존 밥상
고즈넉하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전에 '고요하고 아늑하다.'
혹은
'말없이 다소곳하거나 잠잠하다'로 나온다.
비슷한 말로 '고즈근하다' 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하다.'
그리고
'고스란히'는
'건드리지 아니하여 조금도 축이 나거나
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온전한 상태로.'
다 어원이 '고'로 시작한다.
'고'로 시작하는 '고요'도 있다.
양념이 안 들어가고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국'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질리지도 않는다.
시래기 된장국이다.
시래기 된장국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꽤 오래되었다. 40년이 되어가니 말이다.
고등 2학년부터 대학 전공 들어가기 전
2학년까지 요가 그룹에서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그 그룹 멤버들은 각 대학생 형들이었다.
대학 들어가서는 주말이면
삼각산 도선사 앞 쪽
아늑한 지형에 위치한 암자 쪽으로 갔었다.
그때 도선사를 꼭 들렸는데
절 식당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식당의 메뉴는 항상 똑같았다.
식반에 시래기된장국과 밥과 깍두기.
절에서 끓인 거니
멸치 한 마리 들어갔을 리 없다.
그저 슴슴한 된장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내게 된장국의 정석으로 남아 있다.
아침에 빈 속에 뜨끈한 국으로
얼갈이 해장국 못지않게
안성맞춤인 것이 시래기된장국이다.
일체의 양념을 안 넣고
시래기와 된장만으로 해 본다.
역시 고즈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