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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24. 2021

고즈넉한 시래기 된장국

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생존 밥상







고즈넉하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전에 '고요하고 아늑하다.'

혹은 

'말없이 다소곳하거나 잠잠하다'로 나온다.


비슷한 말로 '고즈근하다' 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하다.'

그리고 

'고스란히'는

'건드리지 아니하여 조금도 축이 나거나 

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온전한 상태로.'


다 어원이 '고'로 시작한다. 

'고'로 시작하는 '고요'도 있다.




양념이 안 들어가고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국'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질리지도 않는다.

시래기 된장국이다.


시래기 된장국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꽤 오래되었다. 40년이 되어가니 말이다.

고등 2학년부터 대학 전공 들어가기 전

2학년까지 요가 그룹에서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그 그룹 멤버들은 각 대학생 형들이었다.

대학 들어가서는 주말이면

삼각산 도선사 앞 쪽

아늑한 지형에 위치한 암자 쪽으로 갔었다.

그때 도선사를 꼭 들렸는데

절 식당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식당의 메뉴는 항상 똑같았다.

식반에 시래기된장국과 밥과 깍두기.

절에서 끓인 거니

멸치 한 마리 들어갔을 리 없다.

그저 슴슴한 된장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내게 된장국의 정석으로 남아 있다.




아침에 빈 속에 뜨끈한 국으로 

얼갈이 해장국 못지않게

안성맞춤인 것이 시래기된장국이다.

일체의 양념을 안 넣고

시래기와 된장만으로 해 본다.

역시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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