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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r 23. 2021

암채화 이야기 5/5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접착제의 비밀



지금까지 고대 암채화 형태에 대한 답은
다양한 유추를 통해 대략 얻어졌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화두로 남아 있는 것은 접착제의 의문이었다.



형태에 있어서도 그랬듯이 색채도
객관적 비교 연구를 통해서 답을 찾아
밝히는 것이 설득력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카이마나와 호주에 남아 있는
암채화에서 공통되는 소재를 
가지고 해야 한다.
카이마나에는 점은 많았지만
형상화된 것은 몇 가지 없었다.
그나마 공통되는 것이 하나 있는 것이
물고기 몇 마리였다.

호주 고대 암채화에도 
물고기 그림이 있는데
카이마나의 점이 호주에서는 
동심원으로 발전한 차이만큼이나
물고기 주제도 
카이마나 암채화의 단순한 형태보다 
상세하게 발전되어 묘사되어 있다.



물고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이마나나 호주 물고기 암채화들의
배경이 흰색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접착력의 중요한 근거이다.
바탕의 흰색은 아무리 살펴봐도
흰색 돌이 아니다.
다른 바위 위에 흰색 돌이 입혀진 것이다.
바위 위에 다른 바위가
인위적으로 입혀지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횟가루와 물을 혼합했다 굳히면
돌보다 더 단단해지므로
그 속성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카이마나 암채화는
배경이 조성된 상태로 볼 때
횟가루와 물을 뿌려가며 
흘러내리게 한 뒤에 그 위에
주술 의식을 행한 것이다.

호주 경우는 형태가 발전했듯이
암채화 제작 과정도 뿌리지 않고 
젖은 횟가루를 발라 놓고
그 위에 물감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 넣었다.



젖은 석회는 굳으면 돌보다 단단해진다.
석회가 돌이 되기 전에
물감을 그 안에 침투시키면
물감까지도 돌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암채화가 외부에서
몇 만년을 버틴 것이다.  

석회의 그런 속성이 왜 그러냐고 
묻지는 마라.
그것은 신에게
이 모순된 세상을 왜 만들었냐고 
묻는 것과 같다.
원리도 그렇듯이 속성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없다.
내가 평생 물었음에도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답하기로 했다.
답은 "필요하니까."이다.









카이마나 물고기 암채화






호주의 고대 물고기 암채화







카카 두 국립-공원, 노던 테리토리, 호주 고대 물고기 암채화







카카 두 국립-공원, 노던 테리토리, 호주 고대 거북 암채화








프레스코화



석회의 특성으로 
벽화를 제작하는 방식을
프레스코화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삼한 시대 이래 
프레스코 기법을 써서 
고분 벽화나 불교 벽화들을 제작했지만
언젠가부터인가
그 기술이 전해 내려오지 않으니
가르치는 곳도 없다.
그러나 이 연구를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파리에서 들어 간
국립 (건축)장식미술힉교에서 
배운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문화부 장관이 
직접 관리하는 유서 깊은 학교여서인지  
유일하게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였었다.
그래서 프레스코 벽화를 
실제로 제작해 볼 수 있었다.
모자이크와 그림 보수도.



프레스코는 인류 회화사에서 
아마 가장 오래된 
그림의 기술로 여겨진다. 
기원전 약 3000년에 
미노스 문명의 중심지인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의 벽화는
프레스코의 기술로 그려졌으며, 
기원전 5세기 이래 중국, 한국, 일본에서 
그려진 불교 벽화의 대부분은 
프레스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벽면이나

천장화에 많이 쓰였으며

15세기-16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발달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 벽화와

라파엘로의 바티칸 궁의 벽화 등이

프레스코 기법에 의한 그려진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참고로 프레스코 벽화 제작은

석회와 가는 모래와 물을 섞어 벽에 바르고

마르기 전에 수용성 물감을 칠해서 그린다.

마르기 전에 그리는 이유는 

그래야 벽에 스며들어 물감이 굳어

마른 후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감은 안료 가루와 

달걀 노른자와 방부제를 개서 쓴다.

거기서 달걀 노른자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달걀 노른자의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넣는다.

프레스코 벽화의

빛깔은 변색되지 않고 내구력이 있다.

다만 말라감에 따라 광택을 잃고

발색이 둔화되는데

그래서 프레스코의 색조는

특유의 차분함이 있다.


예전 그림물감의 종류는

토질 또는·광물질로 색채의 수가 적었다.

요즘 시대에는 흙이 구워지는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이 개발되어

그것을 갈아 피그먼트라는 가루를 만들어서

많은 컬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그림이 변색되지 않게 하려고

비싼 돌가루나 흙가루나 철가루

혹은 재를 쓰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프레스코화는 회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되기 때문에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망치면 회벽이 마르기 전에

빨리 회칠한 부분을 긁어내고

다시 회칠을 해 그려야 한다.

굳으면 돌덩이보다 강해져서

깨 내려면 고생한다.

그나마 벽면은 힘들지만

시간이 충분히 갖고 하면 하겠지만

천정화 같은 경우는 보통 일이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를

자신은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라며

교황 율리오 2세의 지시에 반항하고

거부하고 도망까지 갔던 이유가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결국,

미켈란젤로는 작업을 하게 되고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와 천정화를

투철한 신앙심으로

4년의 세월을 걸려 완성했다.

그러나 천정화 작업은 

발판 위에 누워서 경직된 자세로 

일해야 하였고, 이로 인해 

관절염과 근육 경련을 얻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감안료로 

인해 눈병도 생겼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이다.


완벽주의자인 다빈치도 벽화가 아닌

간편한 캔버스를 선호한 이유도

프레스코화로는

꼼꼼하게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끈하고 완벽한 피에타를 조각한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소의

천정화인 천지창조와

제단화인 최후의 심판을

터프하게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 천지 창조, 시스티나 예배소 천정화





미켈란젤로, 최후의 만찬, 시스티나 예배소 재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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