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소리
봄날은 간다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로
시인들은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꼽았다.
이 곡은 백설희 노래로 녹음되어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새로 등장한
유니버살 레코드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발표되었다.
작사는 손로원이고 작곡은 박시춘이다.
화가였던 손로원은 6,25 전쟁 때
피난살이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 뒀다.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는데,
판자촌에 불이 나서 타버렸다.
손로원은 황망한 마음으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 한다.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4절 - 문인수)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울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우리네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김정호의 봄날은 간다.
가창력을 억누르고 가능한 잔잔히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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