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택 개인전 송 아트 갤러리
2019. 11월 12일 ~ 12월 14일
[감각 뛰어난 센티멘털리스트]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려 온
긴 턱수염의 재불화가 김창열,
평생 몇 개의 네모난 점을 찍어온
재일 작가 이우환,
수행자 같이 묘법으로
일관해왔다는 박서보,
굵은 선 몇 개의 직선만으로
화면을 채워 온 윤형근,
이들은 나열한 순서대로
현재의 한국 화단을 리드해 온
인물들이다.
해방 직후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국내에서는
현대미협이라는 동인회를 결성 및
참여 활동을 한 한국의 1세대 작가들이며
국외로는
지금까지 한국의 현대 미술을
국제 비엔날레들을 통해 세계 미술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 주역들이기도 하다.
혼란한 시대를 거쳐 살아온 이들에게
비슷한 특징이 있다.
각자의 독창성 있는 주제로
같은 것을 평생 해왔다는 점이다.
만넬리즘이라 생각될 정도로.
그들이 한 가지 독창적인 소재를 찾아내
달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기 내면의 극복으로
늘 새로움을 준다는
미학 진리 탐구의 견지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자기를 넘어서는
내면의 자기 발전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리라.
주제야 한 가지일 수 있지만
한 가지 표현 방법으로 배치만 바꾸고
변화가 있었다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김창열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것이라고는
물방울을 터트려 번지게 하거나
한문 글자를 배경에 깐 것이 다 이었다.
이우환은 일본에서
어느 일본인 백자 수집가의
일을 도와주다가
시중에 공개 안 될 백자 중에
파란 점이 찍힌 것을
작품의 모티브로 쓰게 되었다는 것을
어디선가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다.
그림의 주제가
본인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그것을 고집하고
유지해온 집념만은 알아줄 일이다.
박서보가 파리에 가기 전
세계 미술의 흐름은 앵포름멜이었다.
그는 기존의 구상 그림이 아닌
형태가 없는 앵포르멜 운동을
주장해온 작가이다.
몇십 년 동안 자상하고
카리스마 있는 교수로서
안정적인 교수 생활을 하면서
흰 유화 물감 위에 연필선을
꼼꼼하게 줄 맞추어 그어왔다.
초기에는 빗살 무늬 토기 문양이
근거라 얘기했지만
그 과정을 이제는 수행자처럼...
이라고 주장한다.
수행자처럼 같은 것을 해왔다고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는 야리꾸리한 색을 넣은
스트라이프 형태로
작품에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단정하고 안정적이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큰 감동은 없다.
한 마디로 지금의 명성은
작품성의 견지에서는 거품이 있다.
윤형근은 세찬 인생 경험을 통해
한국의 정취를 엄버 색의
굵직한 선으로 표현해냈다.
현재 한국 화단에 일고 있는
단색화 바람은
그의 작품의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주제라
더 찾아내기는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 또한 표현 방법에 있어서,
한 가지 형태라는 일관성만으로
진리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작가도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한 작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과 겪어온 세월이 험난했다.
또한 한 사람이 하나라도 잘 해왔다는
우직한 면을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앞서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향력으로 보아
세계 미술계와의 갭이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금만 더 보안하면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나라가 되어서 이다.
그들 이후,
작가들이 다양해지긴 했어도
이렇다 할 차세대 리더가
아직 눈에 안 띈다.
세계 미술계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나와줘야 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나마 몇몇 유력한 작가 중
장승택을 들 수 있겠다.
그는 최근 작품에서
좋은 작품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어
어렵사리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 과정이 작품에 깊이를
더 해주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장승택 작가는 젊어서부터
고급스러운 미묘한 중간색을
잘 내는 작가였다.
그 점은 감수성이 깊고
수준 있는 컬러 감각을 가진 자란 얘기이다.
이번 작품은
그의 극도의 섬세함으로
모던한 현대 실내 공간에
아주 어울리는 깔끔한 맛과 쉬크함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윤형근을 계승한 것 같은 선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더 단순화되었고
더 힘이 있는 선이라도..
변모의 초기 단계이니
앞으로 좀 더 주시해 보기로 하자.
그는 해낼 수 있는
잠재하는 가능성을 가진 작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