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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Nov 15. 2019

장승택 개인전  송 아트 갤러리

2019. 11월 12일 ~ 12월 14일

[감각 뛰어난 센티멘털리스트]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려 온

긴 턱수염의 재불화가 김창열,

평생 몇 개의 네모난 점을 찍어온

재일 작가 이우환,

수행자 같이 묘법으로

일관해왔다는 박서보,

굵은 선 몇 개의 직선만으로

화면을 채워 온 윤형근,  

이들은 나열한 순서대로

현재의 한국 화단을 리드해 온

인물들이다.


해방 직후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국내에서는

현대미협이라는 동인회를 결성 및

참여 활동을 한 한국의 1세대 작가들이며

국외로는

지금까지 한국의 현대 미술을

국제 비엔날레들을 통해 세계 미술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 주역들이기도 하다.


혼란한 시대를 거쳐 살아온 이들에게

비슷한 특징이 있다.

각자의 독창성 있는 주제로

같은 것을 평생 해왔다는 점이다.

만넬리즘이라 생각될 정도로.



그들이 한 가지 독창적인 소재를 찾아내

달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기 내면의 극복으로

늘 새로움을 준다는

미학 진리 탐구의 견지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자기를 넘어서는

내면의 자기 발전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리라.


주제야 한 가지일 수 있지만

한 가지 표현 방법으로 배치만 바꾸고

변화가 있었다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김창열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것이라고는

물방울을 터트려 번지게 하거나

한문 글자를 배경에 깐 것이 다 이었다.




이우환은 일본에서

어느 일본인 백자 수집가의

일을 도와주다가

시중에 공개 안 될 백자 중에

파란 점이 찍힌 것을

작품의 모티브로 쓰게 되었다는 것을

어디선가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다.

그림의 주제가

본인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그것을 고집하고

유지해온 집념만은 알아줄 일이다.




박서보가 파리에 가기 전

세계 미술의 흐름은 앵포름멜이었다.

그는 기존의 구상 그림이 아닌

형태가 없는 앵포르멜 운동을

주장해온 작가이다.

몇십 년 동안 자상하고

카리스마 있는 교수로서

안정적인 교수 생활을 하면서

흰 유화 물감 위에 연필선을

꼼꼼하게 줄 맞추어 그어왔다.

초기에는 빗살 무늬 토기 문양이

근거라 얘기했지만

그 과정을 이제는 수행자처럼...

이라고 주장한다.

수행자처럼 같은 것을 해왔다고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는 야리꾸리한 색을 넣은

스트라이프 형태로  

작품에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단정하고 안정적이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큰 감동은 없다.

한 마디로 지금의 명성은

작품성의 견지에서는 거품이 있다.




윤형근은 세찬 인생 경험을 통해

한국의 정취를 엄버 색의

굵직한 선으로 표현해냈다.

현재 한국 화단에 일고 있는

단색화 바람은

그의 작품의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주제라

더 찾아내기는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 또한 표현 방법에 있어서,

한 가지 형태라는 일관성만으로

진리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작가도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한 작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과 겪어온 세월이 험난했다.

또한 한 사람이 하나라도 잘 해왔다는

우직한 면을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앞서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향력으로 보아

세계 미술계와의 갭이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금만 더 보안하면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나라가 되어서 이다.



그들 이후,

작가들이 다양해지긴 했어도  

이렇다 할 차세대 리더가

아직 눈에 안 띈다.

세계 미술계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나와줘야 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나마 몇몇 유력한 작가 중

장승택을 들 수 있겠다.

그는 최근 작품에서

좋은 작품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어

어렵사리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 과정이 작품에 깊이를

더 해주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장승택 작가는 젊어서부터

고급스러운 미묘한 중간색을

잘 내는 작가였다.

그 점은 감수성이 깊고

수준 있는 컬러 감각을 가진 자란 얘기이다.

이번 작품은

그의 극도의 섬세함으로

모던한 현대 실내 공간에

아주 어울리는 깔끔한 맛과 쉬크함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윤형근을 계승한 것 같은 선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더 단순화되었고

더 힘이 있는 선이라도..

변모의 초기 단계이니

앞으로 좀 더 주시해 보기로 하자.

그는 해낼 수 있는

잠재하는 가능성을 가진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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