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n 16. 2021

예멘 양식의 화이트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체험 여행'








순간 빛이 있었다.

빛은 표현을 위해 색을 만들고

색은 크게 무채색과 유채색으로 구분된다.



무채색은

흰색에서 검은색까지의 베리에이션이 되고

유채색은

무채색의 흰빛이 쪼개져

무지개색으로 정리된다.



그리하여,

세상 모든 색은 무채색과 유채색의 조화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것이 천지창조의 기본 룰 중 하나이다.







예멘 양식의 포인트 컬러

[화이트]



건축 컬러를 크게 분류할 때,


주조색(Main Colors),

보조색(Sub Colors)

강조색(Point Colors)으로 나눈다.


주조색이 진해서 

강조색을 화이트 컬러로 라인 형태 처리한 

대표적인 경우를

예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멘의 환경은 돌이나 흙색이 진하니

건축물의 주조색이 진하다.

그러니 포인트 되는 색을 흰색 처리하게 되었다. 

이것이 예멘 컬러의 전부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면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 멘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있는 예멘은 

북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동쪽으로는 오만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대부분 건조한 사막 기후 지역이지만 

기온이 쾌적한 고원 지대가 

넓게 분포하고 있고 

비가 내리는 곳도 있어 

주변 국가에 비해 살기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아덴항을 중심으로 한 

고대 예멘은 인류의 오랜 거주지 중 

한 곳이었고

아랍과 동부 아프리카를 잇는

무역 중간 거점이기도 해서

수익성이 좋은 몰약, 유향, 

향신료 무역으로 번영했다.


예멘은 커피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는 

하와이의 코나,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과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불린다. 

커피의 최초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인데, 

9세기에 발견된 에티오피아 커피가 

11세기쯤 예멘으로 전파돼 

예멘에서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아랍인들은 커피 종자가 유출되지 않도록 

커피를 볶은 상태에서만 수출했다. 

그래서 16세기 말까지 커피는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만 재배됐다. 

그곳 커피는 예멘의 '모카' 항구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됐었다. 

수출량이 점점 늘면서 항구 이름인 모카는 

유럽에서 모카커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로 인해,

예멘의 건축물들은 아랍의 타 지역과 사뭇 틀리다.

현대식 빌딩 형식의 수준이다.

건축 외형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실력도 놀랍다.


하지만, 여행지로 적당한 곳은 아니다.

예멘의 내전 갈등이 심해서

치안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멘이 다른 아랍 국가와 틀린 점이 있다면,

예멘은 남자들이 잔비야(Janbiya)를 배에

아직도 항시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비야는,

구부러진 단검으로 남성을 상징하는 전통이다.

그네들은 으레 배에 찬 멋진 장식의 '잔비야'를

자랑이자 긍지이고 자부심으로 생각한다.


잔비야는 아라비아를 기원으로 하며

17, 8세기경에 오스만 튀르크에서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서 착용했다.


영국의 군사 전략가로

나중에 아라비아의 지적(知的) 지도자가 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아랍 민족이 받아들였을 때

그에게 잔비야를 주었다고 한다.

이는 아랍 민족이 그를 동지로 인정했다는

의미이며 매우 명예로운 일이었다.




칼집의 장식은 이슬람 공예의 결정체이다. 

금은을 조각하거나 색색의 보석으로 치장하여

예술적으로도 뛰어나다.

손잡이는 동물의 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코끼리 상아나 기린 뿔이 애용되었고 

코뿔소 뿔을 최고로 친다.


잔비야는 나라마다 형태가 틀린데,

모로코의 잔비야는 날이 일직선이며 

터키의 잠비아는 날이 약간 구부러져 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페르시아와 인도의 날렵한 잔비야다.

다마스쿠스 강철을 사용한

아름다운 물결 모양의 날에는

돌출 무늬로 정교하게 도금하고

손잡이는 상아나 비취가 사용되었다.

때로는 값비싼 보석이 박혀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손잡이가 구부러져 있고

말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칼집은 은이나 나무로 만들었으며

세공한 가죽이나

무늬를 두드러지게 짠 실크로 감기도 했다.

호화롭게 장식을 한 가죽 허리띠가

잔비아와 짝을 이뤄 세트화 한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명품에 해당되어 물론 비싸다.

액세서리로 멋지지 아니한가!


그래도 개인 취향은 있는 법,

칼집이 넓고 납작한 형태에 

손잡이가 담백한 예멘의 잔비야가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랍 국가 중 예술 감각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보인다.






예멘의 잔비야들












 









사우디아라비아의 잔비야










페르시아 잔비야








기타 잔비야들














예멘의 수도

사  라






파리에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프레임'이나 '마크' 같은

모던한 건축 미술 네덜란드 잡지가

참조가 많이 되어 전문가들에게 인기였지만

내 개인 취향으로 구미가 당겼던 잡지는

'더 월드 오브 인테리어스'라는

앤틱한 영국 잡지였다.

그러나 각국의 색채를 정리해 보려면

세계 문화를 이슈로 올리는 일반 잡지들도

봐야 했다.


그중에 대중 잡지 '파리 마치'인가에서

예멘의 수도 사라에서 사는 프랑스인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게 되었다.

미술 쪽 일을 해오다 보면

'촉'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 순간 집중이 되면서 꽂히는데

뭔가 있다는 감이 왔다.

다른 아랍 지역 하고는 확연히 틀리고도

뭔가 완성감이 있는 듯한 문화 말이다.

아프리카와 아랍의 딱 중간에서

태어난 새로운 '예멘 양식'이다.





























아랍의 맨해튼

시  밤






예멘의 시밤이란 도시는 빌딩들이 현대 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기에

아랍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곳이다.




시밤의 건축 컬러는

예멘의 수도 사라에서의 흰 포인트와는 다르게

건축물 상부가 뚝 잘라 수평 분할을 해서 

흰색 넓은 보조색 면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 건축물들의 외관 컬러 분할 방식은 

현대 도시 빌딩이나 아파트 건축 색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한국에도 건축 경기 좋았던 10년 간의 

중간 지점인 2005~6년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앞서 2000년부터 삼성 래미안에는

수직 분할을 시도해주었으니

한국에 수평과 수직 디자인 형태를 모두

공급해준 격이다.

한국에 색채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했지만

형태 디자인 기본도 잡혀 있지 않았던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들도 다급했던 사정이 있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삼성 아파트는

1999년 아파트 가격이 자율화되면서

아파트 시장을 리드해 가려했고

현대건설은 2005년도에 홈타운 아파트 순위가

1위에서 12위로 떨어져서 매각을 못하고 

주인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삼성이나 현대 모두

'래미안'과 '힐스테이트'로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을 했으나

디자인이 전무했다는 것이었다.

삼성에는 컬러와 팻 타일과 벽화를 동원해

외관을 차별화시켜 리드를 하게 해 주었고

현대에는 컬러와 사인물을 비롯한

모든 디자인을 매뉴얼화해서

다시 부동의 1위를 탈환하는데 기여해서

매각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




















색채 감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건축물 외관은 아래와 같다.

흰색을 주조색으로 하고

보조색은 회색

포인트 색은 컬러들을 넣은 것을 볼 수 있다.


포인트 컬러로 다른 좋은 고급스러운

A급 선명한 컬러들도 있건만

어찌 저리 탁한 색만 골라 썼는지? 

너무 많은 색을 개발해 줘서

배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색감 감각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개발 당시에도 한국 색채 디자이너들이

통 감이 없어서, 

화려하고 선명한 색을 쥐어 줘도 못 썼었는데

아직도 변함없는 듯해 아쉬운 감이 든다.

뭐,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야 되는 일이다.

대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똑똑하게도

컬러풀한 색들을 제법 구사하고 있으니까.

한국의 색채감각을 키우고 바꾸고 넓히는 대는

이바지한 것으로 위로 삼는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 건설 쪽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발전을 해냈다.

2000년도만 해도 닭장 같던 아파트를

세계적인 주거 공간 수준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형은 아니다.

시공 능력만 있다고 세계적인 건설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과제는 시행 능력이 될 것이다.

그것은 기획력과 자금 조달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고

세계 경영에 참여해봤어야 되는 일이다.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건대

향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작가의 이전글 신성한 색 'WHI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