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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04. 2021

창조 이전의 컬러  [블랙]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체험 여행'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체험 여행






무채색 배열에서 흰색이 맨 위에 있고

회색을 거쳐

맨 밑에 검정색이 있다.



흰빛은 유채색으로 분할되고

까망은 흰빛의 농도에 의해 무채색을 관할한다.



까망은 깜장이라고도 한다.

'자'가 들어가는 것은 

잠과도 연관이 있어서 이다.

잠은 무의식 상태를 말함이다.





의식의 배열도 컬러의 배열과 같다.

'현재 의식'이 맨 위에 자리하고

창조 의도에 의해

흰빛의 '초의식'이 순간

컬러풀하게 천지창조를 이루어낸다.

흑백의 '잠재의식'을 거쳐 

현실이라는 스스로 발광하지 않은 컬러로

환상이 펼쳐진다.


사그라들 때도 한순간 의식을 잃을 수도 있지만

조심스레 살펴보면 서서히 의식이 가라앉으며

회색에서 잠에 든다.

그다음은 의식이 없으니 

잠이 무슨 색인지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지만 표현하고자 하자면

추정컨대 회색이 진행된 것으로 보아

검은색이 적당하겠다.








창조 이전의 컬러

[블랙]




블랙 컬러는 악과 힘을 상징한다.

그것이 하드락 그룹들이 악마의 상징과

검은색 의상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은 신성한 화이트와는 극단으로 위치한다.

같이 할 때는 보색 관계로 서로를 

극렬하게 드러내 준다.

그래서 검은색 옷에 목 앞만 흰색 카라인

가톨릭 신부의 의상을 가장 사치스러운 옷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블랙 의상은 현대에 와서

시크함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지만

전통 의상이 검은색 옷인 나라들도 있다.

이베리아 반도와 중동의 여성 의상들과

일본이 그러하다.





유채색에서 오방색을 얘기했었다.

그리고 오방색에 해당하는 도시들을 거쳐 왔다.


하양 ㅡ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카사레스

파랑 ㅡ 모로코의 셰프샤우엔

빨강 ㅡ 모로코의 고도 마라케시

노랑 ㅡ 인도의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


이제 오방색의 마지막 까망색 첨탑이 있는

독일 쾰른과 제주를 가보기로 하자.










너무도 독일스러운

쾰른 대성당



독일은 전체적으로 돌이 검다.

그러니 흙도 검무틱틱하고

집들도 진할 수밖에 없다.

기후도 흐리니 그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지식하고 진진한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철학이 발달하고 

밝은 것을 동경해 음악이 발달했다.

더불어 그들의 경제력과 함께 미술 또한

세계를 리드하는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




파리에 있을 때,

어느 방학 때 친구들과 독일 방문을 한 적이 있다.

낭만이 있는 대학가 하이델베르크와 쾰른이었다.

차를 렌트해서 아우토반을 달릴 때 짜릿했다.

우리 차를 추월해 쉐엥 ㅡㅡㅡㅡ

어느새 한 점으로 사라지는 멋진 스포츠카들.

그 속도감!



하이델베르크의 거리의 중세 돌집 같은

음침한 생맥주집들.

양손에 큰 잔의 맥주를 몇 개씩이나 나르는

독일 아가씨들의 스테미너.

드링크! 드링크!

가곡이 귓전에 울리는 듯했다.




쾰른 성당을 밑에서 보고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검은색의 퉁퉁한 첨탐이라닛!

거대한 검은색이 앞에 서있는 거,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지금도 생각만 해도 말문이 막혀 

글이 안 써질 지경이다.

그 한 장면만으로도 어렵사리 시간 내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죽음의 공포, 검은 바다

페르피냥



미세한 바람을 느낀다는 면에서는

윈드 서핑을 따라갈 스포츠가 없다.

윈드 서핑하는 지인의

여름휴가에 동참한 적이 있다.

프랑스 서쪽 끝에 위치한

페르피냥이라는 해변이었다.

해수 온도가 높아서인지 해파리가 많아 

수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해파리 떼에 쏘여

다리가 따끔따끔하고 가려워

계속 긁어댔던 기억이 있다.

바람이 적당해서 윈드 서핑을 주로 했다.


윈드 서핑으로

해변에서 100 미터 정도 나갔는데

갑자기 바다가 깊어져 바다색이

온통 진한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 넓은 바다 전체가 검은색!

충격 그 자체였고 무서움이 엄습했다.




페르피냥은 프랑스 남부,

에스파냐와의 경계에 있는 도시이고 

로마 시대의 성채(城砦) 도시이며

중세 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돌아올 때 성 근처 와이너리에 들려

와인을 한 박스 싣고 왔다.

세상에 타닌이 그렇게 많은 와인은 처음 접했다.

떫어도 한 박스 샀으니

다 마실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그 떫은맛이 중독성이 심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니 말이다.


해변가 숙소에서는 파리에서 가져간

수도꼭지가 달린 큰 병의 와인을 설치해 놓고 

꽁치 바비큐를 해서 곁들여 먹었었지.

다른 생선에 비해 맛이 진해서

꽁치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꽁치 젓갈에 맛 들이면

다른 젓갈은 못 먹는다던데

올해는 주문해서 맛 좀 봐야겠다. 














검은 현무암의 

제주 돌담 마을



우리네 사람들은 그동안

제주도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어 왔다.

먹고 사느라 바삐 달려왔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다.


세계와 비교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검은색으로 된 마을이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제주에는 있다.


제주에는 돌이 많은 곳이 아니라

내게는 검은 돌이 많은 곳이다.

제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모난 담을 두른 무덤이었다.

무덤과 농지에 돌담이 있다는 것은

무덤을 만들고 농지를 개간하기 위해

돌을 들어내 쌓은 결과일 것이다.


제주 중문 해안가에

지질학에서  주상절리 대라 말하는 곳이 있다.

현무암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용암이 갑자기 굳을 때 사각이나 육각의 기둥을 

형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질학자들이 모르면 둘러대는

풍화작용은 무조건 믿지 않지만 이것은 믿는다.


지질학자들이 주장하는

사암으로 된 스핑크스의 풍화작용으로 인한

마모는 이해가 가나

단단한 화강암도

그들이 해석이 안 되는 형상을 가진 것은

그들의 전유물인 전문용어,

풍화작용으로 둘러대는 이상한 집단이다.

모르면 모른다

아니면 연구 안 해봤다 라고 말할 것이지.

우기니 방해만 된다.

그럴 때는

그냥 속으로 무시해 버리는 게 상책이다.





해외에 돌다 보니 돌아와서는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가고 싶었다.

신혼여행 첫날 저녁에 

티브이 광고 회사 감독인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제주에 촬영이 있어 왔다는 것이다.

밖에서 술을 마셨다,

어떻게 호텔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 그 친구가 생각난다.

머리가 안 도는 걸 본인이 인정하지만 

믿음이 가고 허허로웠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휴가 때

동남아에서 스킨 스쿠버를 하다가

일찍이 저 세상에 먼저 갔다.

자격증이 없으면 스노클링이나 할 것이지.





무채색 여행을 하고 싶은가?

그럼, 겨울에 제주를 가라.


무채색 컷을 연출하고 싶은가?

회색 잿빛의 흐린 하늘에

검은색 돌을 배경으로 

흰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라.


흑백 사진이 아니더라도 

무채색을 체험하리라.

바람 또한 그에 보태어지리니.




















































광산촌 출신 작가

프란츠 클라인




50년대 말에 서양에서 동양 서예와 유사한

추상이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작가가 프란츠 클라인이다.

그의 작품은 검은 굵은 선으로 하는 드로잉 작업이다.

동양의 서예를 연상시키는 흑백 추상 작업이지만

그가 광산촌 출신이라

철로와 석탄 검댕이에서 나온 모티브일 뿐이다.


1938년 뉴욕에 정착한 후,

그는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등

추상표현주의 작가들과 어울렸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냈다.



























숯으로 작업하는 작가

이배



그의 본명은 이영배이다.

아주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진취적인 작가이다.

대학 1년 선배로 나보다 몇 년 늦게 파리에 왔기에

그의 초기 파리 생활에 도움을 줬었다.

우리 대학 교수 집 식사 초대에

같이 자리해 통역도 해주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건강한 그는

김창열 작가 작업실 일을 도와주며 

나름 파리에 잘 정착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는 작품 재료로 숯을 찾아낸 것을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말하지만

숯 아니더라도 뭐라도 작품을 해낼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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