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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30. 2021

페르시아 양식의 궁전들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서양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서양 미술 이야기







중세 미술 (476~1400) 





1. 이슬람 건축 미술




압바스 왕의 자부심 

알리카푸 궁전










광장 서쪽의 알리카프 궁전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 수도인 이스파한의

낙쉐자한 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알리카푸 궁전이다. 

이 궁전은 압바스 1세가 휴식을 위해 만든 

별궁이라고 봐도 좋다. 

왕은 이 궁전으로 외국의 사신들을 초대해 

폴로 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외관은 광장에 있는 두 모스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사파비 왕조의 예술적 기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6층 규모로 지어진 궁전의 계단에는 

일일이 타일을 깔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3층 쯤에 해당되는 발코니에 들어서면 

낙쉐자한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은 이곳에 앉아 자신이 지은 천국을 

느긋하게 바라봤을 것이고 

외국의 사신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자랑했을 것이다. 

왕의 한가로움과 여유가 느끼지는 곳이다.


알리카푸 궁전이 가진 가장 예술적인 공간은 

궁전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이 음악 감상실은 

페르시아 사람들의 예술적 지혜가 집약돼 있다. 

감상실의 벽과 천장과 기둥은

페르시아 전통 악기 모양으로 음각 장식되어 있다. 

좁은 공간에 흡음 효과를 주기 위한 지혜다. 

그것이

최적의 음향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였으리라.































인류 역사상 최고

체헬소툰 궁전(1647년)




체헬소툰 궁전





페르시아 정원 연못 양식을 수용한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문화 예술 이야기에 들어가며

초기에 인테리어는 알람브라 궁전이고 

외장의 최고를 타지마할이라 말한 바 있다.

그건 건축적이고도 객관적인 결론이었다.


알람브라는 외장이 빈약하고

타지마할은 영묘라는 점에서 

생활권이 아니라 우리와는 이질적이다.

그러므로 주관적으로는

그것들이 보완된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인 결론은

현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화는 페르시아이고

페르시아의 별이고 꽃이자 빛은

현재 이란 이스파한의 체헬소툰 궁전이다.




물론, 친환경적이고 자연적이라는 면에서는

한국의 비원이나 강진의 백운동 별서 정원이

마음의 고향이긴 하다만

지금은 동양 미술을 다루는 타이밍이 아니니

그것은 동양 미술 이야기로 넘어가면 하기로 하자.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겸손하지만 아름다운 

체헬소툰 궁전



이란인들의 시에 대한 사랑은 못 말린다.

이슬람 문학의 대표적인 시인들은

대부분 페르시아 출신이었다.

페르시아어의 운율은 매우 음악적이어서

마치 시를 읊는 것처럼 들린다 한다.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인들도

어릴 때부터 시 교육에 잘 받고 자라서

시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프랑스어는 운율이 아니라

발음 자체가 아름답다.




체헬소툰은 사파비 왕조(1501∼1722)의 

압바스 1세와 2세에 걸쳐 지어졌다. 

키 큰 플라타너스 기둥이 궁전을 떠받치고 있고 

궁전 앞에는 전형적인 페르시아 정원과 연못이, 

그리고 궁전 전체는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페르시아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문학적 성향은 소박한 궁전에서 느낄 수 있다. 

'40개의 기둥'이라는 뜻을 가진 체헬소툰 궁전이다. 

페르시아의 궁전은 호들갑스럽지 않다. 

모스크에 비해 매우 검박하고 규모도 작다. 

유럽이나 중국의 어마어마한 궁전과는 다르다. 

사원의 외벽을 장식한 그 흔한 비취색 타일도 

덧대지 않고 단순하지만 기품 있게 지었다. 

신을 모신 전당은 웅대하게 짓지만 

신의 제자인 왕이 기거하는 궁은 겸손하다.


 40개의 기둥이라는 말의 궁전 이름이 특이하다. 

궁전을 떠받친 나무 기둥은 기둥은 20개뿐이다.

이것이 바로 페르시아인들의 시적 위트다. 

연못에 비쳐진 기둥 20개를 합쳐서 40개인 것이다. 

이름이 정겹고 아름답고 시적인 체헬소툰은 

'이란의 진주', 아니 이스파한의 진정한 '진주'다.




체헬소툰 내부의 세밀화는 

사파비 왕조의 왕실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소박하고 겸손한 궁전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매우 화려한 분위기다. 

그리 넓지 않은 궁의 내부지만 

벽을 장식한 세밀화들로

풍요롭고 화려했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왕족들은 페르시아 카펫을 깔고 앉아 

중국에서 건너왔음직한 도자기와 금으로 만든 

항아리에 술을 담아 마신다. 

비단옷을 둘렀고 

허리와 머리의 장식은 금실을 둘렀다. 

그들이 정원에 앉아 있는 배경에는 

기괴한 소나무가 있고 

멀리 보이는 산은 한 폭의 동양화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집기들도 눈에 띈다.


사파비 왕조가 중국과의 교류는 물론 

유럽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왕이 주관하는 행사에 

유럽에서 온 사신이 참석하는 장면을 담은 세밀화는 

당대 왕실 문화를 짐작하게 해 준다.























건물 배치도 (크게 발코니, 거울의 방, 메인 홀로 되어 있다.)






체헬소툰의 천장은 깜짝 놀랄 정도이다. 

금색으로 칠해진 페르시안 문양이 

어지럼증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현란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칠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군데군데 희미해진 곳이 있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외부는 소박하게 하고

내부는 극치의 화려함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연상시킨다.








































세밀화를 통해 보는 

페르시아 왕실의 생생한 모습 












이 그림은

몽골 침략으로 힘들었던

투르키스탄의 나다르 칸이

1658년 샤 압바스 2세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림이다.



샤와 칸은 카펫 위 상석에 앉았고 

양쪽 나라 신하들이 나란히 앉았다. 

악사와 무희들의 연희가 베풀어진다. 

자세히 보면 재미난 악기들이 보인다.



왼쪽에 악기 중 기타 처럼 보이는 악기는 

페르시아의 전통 악기 '타르' 계열의 악기인

'세타르'다. 

이 악기는 인도로 전해져 

힌두 음악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베리아 반도에 전해져

또 다른 타르인 기타르 즉 기타가 되었다 추정된다.

그리고 옆에 앉은 악사가 연주하는 현악기는 

'카만체'다. 

카만체는 유럽으로 건너가 바이올린의 모태가 된다. 

그 옆으로 타 현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도 있다.



오른쪽에는

'다프'라는 타악기를 두드리는 악사가 있다. 

다프는 무희들의 몸동작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타프는 페르시아와 아랍에 걸쳐 

폭넓게 분포된 타악기다.









이 그림은 

사파비 왕조의 2대 황제인  타흐마스프가

1543년 페르시아로 망명해 온

인도의 왕자 후마윤을 맞아 연회를 베푸는 장면이다.

후마윤은 잠시 망명하였다가 

타흐마스프 황제의 도움으로 

1550년에 무굴 제국의 2대 황제가 되었다.




궁 안에 장식된 그림들은

역사화이고 풍속화에 속한다.

왕실 그림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예술성은 잘 못 느끼겠다.

주문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거울 파빌리온

아이네 카네 팰리스(16세기)

Ayine Khaneh Palace 








페르시아 궁전 양식에서 중요한 특징은

테라스이다.

한국 조선 시대로 치면 연못을 바라보는

정자에 해당되겠다.

그곳에서는 자연과 소통할 수 있어서

조선 말기의 경복궁처럼

외부 손님을 맞이하기에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알리카프 궁전의 발코니나 

소헬체툰 궁의 테라스는

세 방위가 트인 기둥만으로 지붕을 지탱하는

네모난 형태이고 가운데 네모난 작은 연못이 있다.

아이네 카네 궁전도 마찬가지로

그 정형성을 가지고 있다,


이 궁전이 체헬소툰 궁전과 같은 패턴이지만

인테리어가 주의를 끄는 것은

타일이나 그림이 아니라

거울 인테리어라는 점이다.

페르시아의 정통성을 가진 테라스 궁궐에

거울 인테리어라는 점에서

유일한 그들의 보물이지 싶다.


거울 인테리어로 된 사원을 보려면

남쪽에 쉬라즈에 가야 되고

테헤란에도 멋진 거울 궁전이 있지만

그곳은 세 면이 트인 테라스를 가진 

궁전은 아니다.

이스파한이라는 고도가 좋은 것은 

이렇듯 모든 것을 갖추어서이다.

이스파한이 그들의 자부심일 만하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의 

볼로 하우스 모스크 (1712년)

Bolo Haouz Mosque










페르시아에서의 테라스는

왕궁을 위한 전통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왕의 영묘에 적용을 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후대로 가면서

윗 나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모스크에도 적용을 하게 된다.


부하라의 볼로 하우스 모스크는

다른 부분은 조악하지만 

테라스의 상부 외장 헤드 부분과 기둥 상부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함과 멋스러움이 있다.









































 






















페르시아 제국의

파르세폴리스 궁전



기둥을 가진 발코니가 특징인

후세 페르시아 궁전들의 원형은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고도

파르세폴리스에서 찾을 수 있다.

돌 유적을 3D로 복원한 것을 보면 확연하다.


발코니 앞에 분수대 있는 수공간을 갖춘

정원 문화도 그들 역사의 소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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