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이건희 컬렉션 기증 작품 중에
모네의 수련 작품이 한 점 포함되어 있다.
모네의 작품을 구입한 경로는 모르겠으나
수련 연작 시리즈 가운데
알려졌거나 수준작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붓 터치를 볼 수 있어서
작가의 숨결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비록 유리벽 안에 있었지만.
그 터치는 다른 한국의 유명 작가인
겸재 정선과 장승업의 터치와 부드러움에서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그 점이 이번 전시에서 원화를 본
보람을 안겨다 준다.
김환기는 말기에 파란 점들로
주로 작품을 하였다.
같은 소재이지만 제목은
우주, 고요, 산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다양하다.
파울 클레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그림이라
확실한 자기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고 추정된다.
추상화 1세대라는 의미는 크지만
나약함이 엿보이는 그의 그림은
인기도에 비해 작품성에는 거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가장 영향을 끼친 중요한 인물로는
그의 사위인 윤형근 화가이다.
윤형근은 지금까지 한국 추상 화가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작가이다.
유영국도 한국 추상화 1세대이다.
자기 색깔과 형태를 확립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이다.
그의 작품은 형태에 있어
단순한 화면 분할을 주로 사용하였고
컬러의 조화는 그만의 묘한 독특함이 있다.
현대 한국미술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작가는
장욱진 임을 시간이 더해 가면서
알게 될 것이다.
장욱진의 작품은 구상이지만
극도의 압축을 구사해
압축 추상과도 같은 작품이다.
자기 작품 스타일을 찾았고
그것을 고수하고
자신의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작품에 불어넣은
작가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그의 개인전에서
전시장 가운데에서 앉아
하염없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탈하고 인간적인 그였다.
장욱진의 이 작품 보여주는 대담한 구도는
다른 나무 작품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이 같았던
파울 클레 인물의 영향을 받은 듯싶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가운데 둥근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배치하고
작가가 선호하고 필요한 한옥과 정자를
양쪽에 낮게 놓아 인물들을 더 부각시켰다.
테라코타 조각가인 권진규의 전신상은 드물다.
전신상이지만 길지 않다.
아이를 안은 엄마가
반쯤 쭈그려 앉은 포즈라서 그렇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자세이지만
다른 나라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묘한 자세가 위에서 아래까지
율동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에서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볼륨감이다.
볼륨감은 조각가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백남준 선생과는 파리에서 인연이 되어
친분이 돈독했다.
백남준은
경기 중학 후 홍콩으로 유학을 갔고
가족들이 일본으로 이주해 일본에서
미술사학과 음악을 전공한 인물이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철학과 음악을 또 공부했다.
독일에서는 요셉 보이스와 어울려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마음속의 스승은 '존 케이지'라 했다.
존 케이지는 음악가이지만
진리를 퍼포먼스로 구현한
최고의 아티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