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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Oct 01. 2022

2. 신륵사

여주 답사 후기

여주 답사 후기



2. 신륵사








여주라는 곳이

적당히 넓은 친근한 여강이 흐르고 있어

마음을 가라앉힌다.

유유히 흐르고 있을 풍부한 유량의 물은

보기에 머물러 있는 호수 같기도 하다.

북한강하고는 또 다른 안온감을 준다.

그 안온감의 절정은 신륵사 강변 풍경이다.


신륵사 택지의 땅이 입구부터 평지인지라

앞에 보이는 돌아 들어오는 여강이

머리 위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안온한 풍광은

어디에 비길 수 없는 느낌이다.

옛사람들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택지를 보는 풍수지리가는 더욱이.


한국 풍수의 맥은

신라 말의 도선 국사, 

고려 말의 나옹 선사,

그리고 조선 초의 무학 대사로 이어져 내려온다.

이곳 신륵사는 나옹 선사가 입적한 곳이기에

풍수에서 회자되어 왔다. 

신륵사 강 건너 윗동네에 

세종대왕릉도 있으니

싸잡아서 얘기하기에 적당하리라.



풍수는 땅에 형성되는 기운학이다.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며

시대 별 몇몆 인물들에 의해 

정리 연구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사항은

움푹한 곳에는 기운이 고이고

뾰족한 것에는 기운이 서린다는

초기 풍수 원리이다.


풍은 기운을 말함이요,

수는 기운이 운행하는 길을 내는 

물길을 의미한다.

고이거나 서린 기운은 

물이 낸 길을 따라 이동 전달된다.


센 기운이 내리치거나 지나가는 곳은

후둘려서 사람이 살기에 적당치 않다.

기운이 고이거나 내려앉아 평탄한 곳이

살기에 편안하다.

기운이 센 곳은 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래된 고목이 있는 자리가 그런 곳이다.


신륵사 마당에도 수령이 제법 되어 보이는

큰 은행나무가 있고 

위쪽 극락보전 옆 센 기운 터에는

600년 된 향나무가 있다.

그것들로써 절이 들어서기에

풍수가 좋은 택지임을 알 수 있었다.




















보통 큰 절에는 

대웅전 마당 앞에 누각이 있기  마련이다.

신륵사 누각 현판의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삐침이 모두 길게 올라간 개성이 있는 필치였다.

현판 글씨는

당대에 유명 서예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관례이다.






나옹 선사 부도, 보제존자 종모양부도(普濟尊者石鐘浮屠), 보물 제228호




이 사찰의 중심에는 

대웅전이 아니라 극락보전이 있다.

극락보전 좌측으로 

골이 깊고 좁고 높은 지형이 인상적이다.

이런 곳은 여름에도 서늘한 곳이다.

풍수에서는 음의 자리로 높이 친다.

그 깊은 골 3분의 2 지점 위쪽에 

나옹 선사의 부도(사리탑)가 자리하고 있었다.

음의 계곡 안에 양 형상의 사리탑!

합이 맞는다 하겠다.


대부분 부도들은

기단이 협소해서 나약해 보인다.

나옹 선사의 이 부도는 

기단이 튼실하게  조성되어 있어

묵직하니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보기 좋다.




나옹 선사 부도 터에서  내려다본 풍경





신륵사 강변으로 튀어나온 바위 언덕,

강 보기에 좋은 곳에 정자가 있다.

매료될 만한 강물이 돌아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져 있다.


잠시 후, 바위 언덕이 

경치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단서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 언덕 옆으로 배를 대기 적당한

옛 나루를 발견했다.

필시 배를 저기다 부리고 가파르지 않은

바위 경사로 올라와 절로 드나들었을 터이다.

상상을 해보니 그대로 들어맞는 듯했다.

신륵사는 배 타고 드나들던 곳이었고

지금 일주문은 최근에 생긴 것이다.




신륵사 나루터


나루터에서 올라오면 있는 정자


정자에서 바라본 신륵사 누각




 

남한강 전망용 누각



신륵사 평평한 경내에 강가로 

준수한 자태의 누각이 

시각을 끌어당긴다.

비율이나 기둥 두께도 날렵하다.

기둥은 배흘림기둥도 아니지만

빼어난 멋이 있다.

한참을 쳐다보니 

그 건축물은 느낌으로 답을 준다.

본 기둥은 

위로 갈수록 좁은 기둥이란다.

미세한 차이로 위가 좁았다.


이 품위 있는 누각에 오르니

강이 나무들에 가려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없다.

누각을 보수만 하고 있으면 뭐하냐 말이다.

누각의 기능도 생각해주기를 바래본다.














나무에 가려진 여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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