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UAE 정부는
2007년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사디야트(Saadiyat)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곳에 루브르가 들어섰고
뉴욕 구겐하임 분관,
자이드 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루브르를 시작으로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보다 7배 더 큰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세계 유수의 문화 시설을 유치해
이 섬을 호화찬란한 문화 특구로
조성할 계획을 가졌다.
중동 국가들이 경제력, 군사력 등 '하드파워' 축적에서
교육·문화라는 '소프트파워' 투자의 필요성을
이제 인지한 것이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장 누벨'이
그리고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은
캐나다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았다.
해양박물관 설계에는
일본 출신의 '안도 다다오'가 나선다.
또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영국 출신 노먼 포스터가 담당한다.
다들 쟁쟁한 세계적 탑 건축가들이다.
그 시작이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이다.
문화적 영향력은 지역 내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끝이 안 보이는
국제 시소 게임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뜻이고,
내부적으로는
이슬람의 커다란 두 파가 종교 내분 속에서
한 파가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크게는 기독교와 유대교 팀과
이슬람교 간의 종교 경제 전쟁의
후속편인 문화 전쟁의 새로운 모습이다.
어쨌건 아부다비가 여러 문화를 포용하는
글로벌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그들의 대외 슬로건이다.
우리는 그들의 신앙적 다툼 덕에
자금 구애받지 않고 투자해서 이룬 예술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런 걸 강 건너 불구경이라 하나?
그러건 저러건
하여간 우리는 예술만 논하면 된다.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장 누벨'이라는
알제리계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있다.
삼성 리움 미술관의 세 건축가 중 한 명이라
아는 사람은 알만도 하다.
내가 파리에 있을 때인 1987년,
그가 설계해 개관하게 된 아랍 문화관을 처음 접했다.
아랍식 문양을 첨단 기술로 제작한 창문을 보고
아랍의 특색을 모던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젊은 건축가의 가능성을 예견했었다.
그 건축물은 완공되면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기계적인 조리개가
아랍의 전통적인 문양으로 디자인되어
외벽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큰 관심을 얻었다.
또한 빛에 따라서 자동으로 조리개가 움직여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조절된다는 것은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를 거장으로 만든 건물인 이 파리 아랍 문화원.
아랍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유럽의 대도시 한복판에 구현되었다.
특히 아라베스크 무늬를 입혀 놓은 듯한
건물 외피가 그야말로 크리티컬 했다.
장 누벨은
이후에도 여러 아랍 국가의 건축물들을
설계하기도 하였다.
장 누벨, 파리 아랍 문화관 외부
장 누벨, 파리 아랍 문화관 내부
중세 스테인드 글라스를 천정의 빛으로 잇는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기능주의와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미학은
각 나라나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을 사라지게 했다.
박스처럼 단순한 형태만 남은 건축이 되었다.
그러던 중 반(反) 모더니즘 건축운동이 일어나
다원주의적 경향의 건축이 등장했다.
그중 한 명의 건축가가 '장 누벨'이다.
그의 작품은 동대문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프랭크 게리' 같은 건축가들처럼
단번에 그의 작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외형적 디자인적인 특징은 없지만,
건축물의 한 부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승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루브르 아부다비 천정이라 생각한다.
보는 순간 알았다. 거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을.
그 표현 방법은 겹겹이 문양을 쌓은 것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
보는 사람의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게 하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생각을 넘어서 멈추게 하고
돔 내부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보게 했으니
어느 누가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있으랴!
설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으로 인한
몽환의 세계로 유인하려 했을 것이고
빛의 외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의도는 이미 이루었다.
장 누벨의 건축은
현대적인 재료의 투명성을 이용해서 빛을 다루고,
심리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외벽의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통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그가 얼마나 투명성을 잘 다루는지는
이 건물이 잘 나타내고 있다.
그야말로 투명하다.
교묘하게 빛과 반사, 배치를 이용해서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 그를 일컬어
'빛의 장인'이라고 한다.
장 누벨, 루브르 아부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