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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03. 2024

한국의 건축 2  
조선 궁궐의 문양 속 사상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한국의 건축 2



조선 궁궐의 문양 속 사상



경복궁 근정전, 정전 천정 알과 황칠조룡





알과 동심원 사상


영혼의 진리 체험에서 얻어지는 산물인

알에서 시작해

팽창 수축되며 확장되는 동심원은

선인류 태고대 바위 문화에

핵심 원리로 사용되어 왔다.

선사시대 암각화와 고인돌 등

각석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한문화의 근원상징인

아리랑 스리랑으로도 표현되어

디엔에이에 각인되어 전해 내려왔다.




세계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왕조도

문양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내세우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의 문양에서

그들의 정신세계의 집약을 볼 수 있다.

조선 왕조에는 용과 봉황과 거북

그리고 12 간지 등이 보이는데,

유교 이전부터 써왔던 것이기에

유교의 문양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조선이란 이름 자체가

고조선의 후예임을 의미하는 바,

왕의 문양과 양식에는 뭔가 놓을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는 일이다.


고대 동이족의 나라 은나라의 갑골문에는

봉황이 하늘의 사자로 땅으로 내려왔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고 여겨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체로서

새를 중요시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봉황을 특히 ‘신조神鳥'라 하여

새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쳐서 신성시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의 상징으로 삼아

조선 왕조 시대가 태평성대임을 강조하였다.

지금도 봉황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양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두 마리 봉(수컷)과 황(암컷)이 태극처럼

음양을 이루어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 한 점이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태극에서는 가운데 점이나 알이 없다.

그러나 궁궐 문양에는 있다.

태극 이전인 하늘임을 천명하는 알과 원이 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하늘은 원이고 땅은 네모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사상이 있어왔다.

궁궐의 장식 양식을 유심히 보면

그 원은 한 점에서 커져 퍼져나가게

도안되어 있다.

그 또한 동심원의 이치를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머리 위에 그 문양이 있어야 되는 이유는

음양이 표현되기 이전인 하늘이 있음으로

임금은 하늘의 영감을 받아

정사를 펼쳐야 된다는 것이다.




이 알에서 시작한 팽창되는 동심원은

비단 우리만 사용된 문양이라고

할 수는 할 수는 없는 것은

세계 도처의 문양에도 폭넓게

그 자취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의 기본 문양으로

보존되어 내려온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한문화 창조에 곳곳에서

그 원리가 적용된 것을 보곤 하는데,

한 예로 장구의 형태와 소리에서 이다.

장구 형태는 가운데 알과

양쪽의 크고 작은 원판으로 되어 있다.

장구의 소리는

딱(알/멈추는 소리)과

궁(작은 원/확장된 중간 소리)과

덩(큰 원/제일 크게 울리는 소리)

세 가지 소리의 조합으로 박자를 만들어 간다.


경복궁의 우물에서조차

동심원 이치에 근거한 문양으로

조성된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울주군 천전리 각석





경복궁 우물





음양 사상


조선 궁궐 정전 용상 윗부분 닫집 천장에

한 점과 원으로 상징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봉황이 있고.

정전 천정에는

여의주로 상징되는 알(하늘)을 향해서

음양의 용이 돌며 승천하고 있다.


봉황이 하늘의 영감을 받는 것이라면

용은 땅의 기운이 극대화되어 치솟아

하늘에 닿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 경우 알의 다른 이름으로 여의주라고 했다.

용 두 마리는 음양을 상징하고

음양인 한 쌍의 용이 승천해서

여의주를 입에 물었다는 것은

음양이 하나로 합일되어

하늘이 되었다는 또 다른 상징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한 상징으로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황룡은 천자를 상징한다.

명나라 눈치 보느라 조선에서는

황제만 쓸 수 있다는 용을 못썼다.

그러나 명나라가 청나라로 바뀐 마당에

대원군이 경복궁 복원하면서

근정전에 황룡 중에서도 격이 가장 높다는

일곱 개의 발톱을 자랑하는 칠조령을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고종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로 바꾸면서

시청 앞 환구단에서 황제 즉위식을 한다.

국운이 쇠했지만 그들이 감추고 있던

자존심만은 펼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상의 닫집 안 우물천장(소란반자)의 봉황조각





경복궁 근정전 내부


 



경복궁 근정전 천정 황칠조룡





음양오행 사상


닫집 내부 천장에 봉황 가운데의

여의주 같은 동심원은

하늘로부터 영감을 받던 신통을 하던

그것까지는 좋다.

그다음에

임금이 그것을 어떻게 국정에 펼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 문제를 푸는 열쇠는

용상 뒤의 그림에 있다.


임금이 어디를 가서 앉든 늘 따라다니고

그 병풍 그림이 없으면 앉아서는 안 되는 것이

궁궐 임금의 법도였다 한다.

그 그림 명칭은 '일월오봉도'

혹은 병풍으로 되어 있으면

'일월오봉병'이라고 한다.


일월오봉도는

세상이 창조되어 펼쳐지는 원리인

'음양오행사상'을

상징화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음양오행의 창조 원리로

세상을 다스리면 된다는 것이다.

닫집 내부 인테리어가

이러한 심오한 이치를 담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임금이 하늘과 소통하며 통치한다는

다짐에 해당하는 입장에 대한 얘기이다.

그리고 밖으로는 권위를 표방하기 위해

일월오봉도를 통해

낮과 밤의 시간과

앞뒤 양옆 가운데의 공간을 다스리는 자

혹은 세상의 중심에서 통치하는 자를

의미하며 보여지기를 바랬다.





창덕궁 인정전 닫집의 용상





용상 배후의 음양오행의 상징인 '일월오봉병'





주역 사상


경복궁 근정전 오른쪽에 위치한 청동 향로 손잡이에도

봉황이나 용이 생략된 가운데 알만 있는 문양을 발견했다.

향로의 테두리 주변은

주역의 팔괘로 장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 점 내지는 한 알인 하늘에서

세상이 역으로 창조되었음을 뜻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 향로





풍수 사신과 십이간지 사상


사신 조각은 거슬러 올라가서는

익산 미륵사지탑을 지키고 있는 석상이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해학적인 석상

임진왜란 때 창덕궁을 제외하고

모든 궁궐이 불탔지만

타지 않은 것이 있다.

돌조각이다.


경복궁 근정전 둘레의 12 지신도 볼만하지만

창덕궁 곳곳의 석상도

우리의 자연미를 기반으로 한

해학적인 면이 넘쳐 친근하다.

그러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인 가치가 있다.




근정전의 월대는 네 방향의 수호신이 있는 단과

십이지신상이 있는 두 개의 단으로 되어 있다.

근정정 천정의 알에서 시작해서 음양의 황룡이

오행사상에 근거해 분화되면

사신인 북현무, 남주작, 좌청룡, 우백호가 되고

더 펼쳐져 십이지신이 된다는 근본 체계에 근거한다.


사신과 십이지신은 알에서 나왔지만

이런 근엄한 건축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호신 역할을 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보디가드이다.

사신의 표정은 무섭게 표현되어 있고

반면 12 간지 상들은

제각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월대에는 일반인들에게는 눈에 잘 안 띄는

모서리에 조성되어 있는 특이한 석 조각물이 있다.

'서수(瑞獸) 가족상'이 그것이다.

서수란 가상의 상서로운 짐승이다.

험상궂은 서수상은 파수꾼의 역할을 하느라

이빨을 드러내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그 부부상 발치에 새끼는

천진난만하고 귀엽기만 하다.










좌청룡





우백호





원숭이





서수(瑞獸) 가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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