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 내부의 벽화 배치 구성은
크게 벽면화와 천장화로 구분되고
벽면화는 생전의 삶이 그려진다.
묘실 입구에는 생전의 문지기가 그려져 있다.
실총 개마무사 문지기
개마는 우리말이다.
개는 가이이고
가는 끝을 의미한다.
가생이, 길가...
마는 높다는 의미이다.
마마, 마님, 용마루, 마누라...
고원 중에 제일 높고 넓은 고원은
개마고원이고
무사 중에 최고의 무사는 개마무사이다.
개마무사는
어려운 전투 상황에 투입되어
소수의 인원으로 전쟁을 평정하는
고구려 최고의 정예부대이다.
그러한 개마무사가 문지기로 있는 고분이면
왕의 무덤이다.
문지기가 개마무사인 것으로 봐서
현 세계의 영화로운 삶에 대해 만족했고
죽어서도 그와 같은 삶이
유지되기를 바랬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연 죽은 영혼은 이미 죽었는데
천사가 아니고 무사가 필요할까?
집안시 장천 1호분
무덤 내부의 모서리에는
하늘 세계를 떠받치는 우주 역사가 등장한다.
천장은 망자의 정신세계인데
그것을 힘들게 지고 있다.
2. 장식 무늬
5세기 중엽,
고구리는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리하여 고분벽화의 주제는
생활 풍습과 더불어
상징적인 장식 무늬의 세계로 접어든다.
천장화에는 일상적인 생활내용은 없고
고구리인들의 우주관과 종교관과 신화를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내세관을
장식적인 문양과 버무려 장식했다.
이러한 벽화의 내용으로 보아,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
죽어서도 영혼의 삶은 지속된다는
확실한 내세관을 그들이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안시 무용총 벽과 천장
덕흥리 고분 앞방 천장의 천문도(408년)
고분 천장 벽화에는
북쪽의 북두칠성, 남쪽의 남두육성을 비롯해
64개의 별자리가 사방에 펼쳐져 있다.
이들 별자리가 방위별로 배치되고,
화수목금토 5 행성 역시
방위로 나뉘어 자리 잡고 있다.
별과 별자리들은 밝기에 따라
별의 크기를 달리하여 그려진 점도 인상적이다.
천문관측의 결과일 것이다.
이런 하늘세계의 관심은 별자리 신앙이 된다.
아래 이미지들에
별과 별자리들 사이사이에 천장 가득
온갖 새와 짐승, 물고기,
반인반수(半人半獸)들이 그려져 있다.
덕흥리 서쪽 하늘의 벽화
장수에 대한 바램을 담은
천추, 만세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갖가지 신기한 동물들은
'산해경'이 담고 있는 세계와 연결된다.
덕흥리 남쪽 하늘의 벽화
견우직녀 사이를 흐르는 은하수
좌우에 부귀(富貴), 길리(吉利)의 소망을 담은
상상의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덕흥리 북쪽 하늘의 벽화
북극성, 북두칠성과 함께 그려진
일신양두(一身兩頭)의 지축상은
일종의 지신(地神)이다.
일신(하나의 몸)은 지구의 중심선인 지축이고
양두(두 개의 머리)는 북극과 남극이다.
그 옛날 지구 과학을 어찌 알았을까?
지축의 동쪽에는 천마가 그려져 있는데,
경주 천마총의 천마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덕흥리 동쪽 하늘의 벽화
날개 달린 물고기 형상의 비어(飛魚),
불꽃을 밟고 날갯짓하는 불새 양수(陽燧)가
하늘을 날고 있다.
집안시 장천 1호분
고구리의 시조 추모(주몽)는
자칭 천신의 아들이라 했지만
광개토호태왕비에는 북부여 출신이라
기록되어 있다.
역사책에는 해모수의 아들이라고 나오니
해의 아들은 맞다.
하늘 세계의 해와 달은
고구리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자부심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고분벽화에 해와 달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는 동그라미 안에 세 발 까마귀(삼족오)가
들어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달은 두꺼비, 옥토끼, 계수나무가 들어 있다.
역시 모두 보이는 것을 신화화한 것이다.
이 천장 덮개돌 벽화의 독보적인 면은
사각형 돌판에 사선을 파서 방위를 구획 짓고
가운데 북극성을 부조식으로
파 넣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두칠성을 위아래로 위치해 넣어서
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는 원리를 표현했다.
해와 달은 음양이요,
북극성과 네 방위는 오행이다.
한 네모 돌판 위에
음양오행 사상을 다 표현한 것이다.
윷놀이 말판을 연상시킨다.
음양 중 하나인 해(태양)는
절대 하나이고 중심이며 시초인 북극성에 비하면
당연 한 차원 아래이다.
평남 대동군 덕화리 2호분 천정벽화
팔각면 안에 커다란 검은 원이 하나
떡 하니 들어가 있다.
임팩트 면에서 압권이다!
현대 미술에도
이런 가운데 원을 그려 넣는 모티브를
사용하는 작품들은 많다.
그러나 주위에 진한 팔각 선을 강조하고
의미가 확실한 그림은 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북극성을 그린 것이겠지만,
팔각에 중심인 한 점 있다는 것으로
주역의 2진법으로 창조가 일어나는 원리로
볼 수도 있겠다.
1, 2, 4, 8,16, 32...
집안시 덕화리 1호분 널방
천장 꼭대기 덮개돌의 연꽃 장식
5세기에 불교가 크게 확산되면서
고분벽화의 주제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아졌다.
연꽃은 5, 6 세기에 걸쳐
벽화의 주요 주제로 등장했다.
이는 망자의 극락왕생의 기원을 담은 것이다.
영이 몸을 떠나면 천국이든 극락이든
가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는 왕생을 기원하는 것은
왜일까?
다시 잘 산다는 보장이 있나?
다시 오면,
영계에 포인트가 쌓이나 보다.
고구리 천장 벽화를 보아오건대,
별자리와 이런 신기한 존재들 사이로
연꽃 줄기를 손에 쥔 채 하늘을 나는
선인(仙人)과 옥녀(玉女)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세계에 신선 신앙과 도교 사상이
어우러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묘지명의 글귀로 보아
위진시대 풍수지리에 의해 장지를 결정하는
장지풍수관(葬地風水觀)도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신앙이 중심이 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신선 신앙과 도가,
풍수관과 산해경의 세계 등의
다양한 사상들이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현실의 고단함이 깊어갔던 시대,
그런 시대에는 현생의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장생불사, 정토왕생의 내세를 꿈꾸는
많은 신앙과 사상들이
나타나고 커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상과 염원이 가득한 화려한 벽화.
그 이면에는 현실의 고단함이 배어 있었을 것이다.
인생은 본디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