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an 04. 2020

새해 첫 시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시를 남달리 좋아하는 친구가 꼽은 

이가림 시인의 시이다.


이미지 시인이다.

시에서 무수한 이미지들이 

마구마구 나오는 듯하다.

이가림 시인의 시들은
늘 눈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진단다.
실제의 풍경이든 
마음의 풍경이든ᆢ


힘도 낭만도 진실함도 절절함도 

영롱함도 아름다움도 깊이도 있다.


이가림 시인 입장에서

분석하듯 읽어보니

모래알, 별, 눈동자, 빛, 이슬, 물방울

주제가 모래알로 시작해서 

각종 영롱한 이미지들을 지나

물방울로 끝난다.

작가의 이전글 해를 넘기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