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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17. 2020

왕가위/화양연화7In The Mood For Love

핵심 예술가



핵심 예술가

홍콩 - 왕가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 7
In The Mood For Love







[인상적인 명장면]



1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컷을 하나 꼽으라면

남녀가 헤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여자의 감정이 폭발하기 진전에 

보여주는 손동작이다.

참을 수 없는 헤어짐의 괴로움을

신체 자학적 손놀림으로 보여준다.


마음이 괴로우면 몸에도 힘이 들어가고

마음이 불안하면 안절부절 못 함을 

하나의 손동작으로 표현한다.

어쩔 줄 모르는 손이 

다른 한 팔뚝을 타고 올라가며

중간에 팔뚝의 혈을 누른다.

감독의 세심함이 드러나는 한 컷이다.




2

이 영화에서 카메라의 슬로 모션을

시종일관 보게 된다.

또한, 카메라는 저속으로 가로 워킹이 많다.


두꺼운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남녀의 방으로 

카메라가 가로로 움직이며

주인공의 극적인 심리 묘사를 하는 장면은 

앞의 스토리와 연결선 상의 맥락에서 보면

남녀가 하룻밤을 지새웠을 것 같은 

암시가 있은 후,

그들의 심리 상태의 표현 과정이기도 하다.

아주 간접적인 깊이 있는 고상한 연출이다.



영화계에 있는 사람이 올린 듯한 

블로그 상의 글이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잘 묘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렇게 카메라는 지나간다. 벽을 기대고 앉아있는 그들. 벽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둘 사이를 가로막는 현실의 장애를 상징한다. 이 남녀에게는 각자 남편/아내의 불륜이 힘이 들고, 사랑의 줄타기도 아슬아슬하며 이루어지기엔 너무 먼, 힘든 상황이지만 사실은 이때가 이들의 화양연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카메라 워킹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어쩌지 못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카메라는 잡아낸다. 또한, 그 시간 속에서 망설이는 그들의 사랑을 애틋한 시선으로 감독은 표현해낸다. 인생에서 있어 가장 찬란했던 순간도 이리 지나가고 있음을 영화는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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