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an 20. 2020

왕가위/화양연화8In The Mood For Love

핵심 예술가

홍콩 - 왕가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 8
In The Mood For Love





[음악이 한몫하는 영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62에서 66년은 

중국 본토에서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에 의해 

경제 조정 정책이 추진되었던 시기이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으나 

중국 본토로부터 

직 간접적 영향을 받던 홍콩에게는 

마오쩌둥이 실각한 1962년과 

문화 대혁명으로 

다시 권력 일선에 등장한 해인 1966년

사이의 기간이 큰 의미를 가진다. 

아마도 왕가위 감독은 이 사이의 시간이 

홍콩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였다고 

회상하는 듯하다.


홍콩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1962년~1966)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던 연인들의

품격 있는 사랑 이야기이며

감독 본인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의 

생생한 리포터 같은 영화이다.

그러기에 가장 자기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오늘과 다른 과거를 

극명하게 알려주는 요소는

그 시대의 사랑 감정과 거리나 집안 풍경과 

단조로운 음악과 의상과 음식들과 소품들이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홍콩의 뒷골목 풍경이 아련하게 담겨진 

이 영화에선

고풍스러운 영상에 어울릴 만한 

'색깔 있는' 음악들이 정갈하게 흘러나온다.

먼지 낀 LP 판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화양연화'의 허름한 음악들은,

사실 영화의 시간대를 알려주는 

시계나 다름없다.  

감독 입으로도 얘기했다.

그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냇 킹 콜'의 음악이었다고.





이 영화의 음악에 대해서는

음악 전문가의 좋은 글들이 많아

아래 짜깁기 좀 해 올린다.



'화양연화'의 음악은

듣는 순간 푹 젖어

허우적거리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강렬하다.  



테마곡인 길고 처연하게 늘어지는 

첼로의 곡조는

대사 한마디 없는 시퀀스 안에서 두 사람 간의

강한 긴장감 (tension)과 절제된 감정을 

영화적 언어로 대변한다.

사용된 음악은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작곡한 

<Yumeji’s theme>이다.

'화양연화'에는 ‘유메지’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 곡은 원래 일본의 감독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

'Yumeji(유메지)'의 테마 곡이다.

이른바 ‘폭력 미학의 거장 스즈키 세이준은

짐 자무쉬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오마주 되기도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누벨바그 감독이다.

왕가위 감독은 대단히 난해하고 

관습 파괴적인 이 감독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거나 기존 음악을 사용하는 데다가,

심지어 영화에 한 차례 쓰였던 음악을

메인 테마 곡으로 사용하기까지는

그만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시퀀스는

'화양연화'의 ‘첫인상’ 이 되었다.

이 첼로 연주 곡의 선율과 리듬이

얼마나 탁월하게 두 사람의 감정선을

관객에게 전달하는지를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지 싶다. 

이곡이 감정적인 동요와 긴장을 

모두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곡 '유메지의 테마' 속 첼로의 음색은 

그녀의 고독함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미묘한 긴장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두 사람은 사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은 

그들의 사랑을 만류한다. 

주변뿐만 아니라 두 사람조차도 

상대방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그 긴장감은 팽팽해진다. 

바이올린 현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멜로디가 되어 흐르듯이, 

두 사람은 상대방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치한다. 

다가갈 수 있지만 다가가지 않기에 

두 사람의 동작은 아름답고, 슬픈 탱고가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불륜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그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두 사람의 감정 속에는 사랑에 대한 희구가 있지만, 

그만큼이나 강한 망설임이 있는 것이다.

'유메지의 테마'는 이처럼 막연한 

감정, 미련, 아쉬움 등을 담아낸다.



그전 그의 영화에서 평범한 음악을 

색다르게 써왔던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자칫 스탠더드 재즈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말 뻔한 냇 킹 콜의 음악을 건져 올렸다.

스페인어로 녹음된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와 

'Aquellos Ojos Verdes' 등은 가슴을 쳤다.

가슴을 문지르는 듯한  

3/4 박자 볼레로 풍의 연주곡들은 

불륜의 사랑을 이 세상 것이 아닌 

'때 묻지 않은 순수'로 묘사하는데,

냇 킹 콜의 이국적인 음색은 불륜의 사랑을 

순진하게 뒤바꿔주는 표백제 역할을 하고 있다.  


60년대 홍콩의 서민 아파트 동네가 

배경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듯,

이 영화엔 그 당시 홍콩의 유행가와 

경극 풍의 곡들도 다양하게 삽입되어 있다.

남주인공이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보낸 

신청곡 '화양연화'는

좁은 복도와 골목길에서 

어깨를 부대끼며 살았던 청키 지역의 삶과 

당시 홍콩 서민들의 정취를 한껏 돋우어준다.


이렇듯 이 영화는 경극과 

라틴풍의 재즈, 클래식 등, 

화합할 수 없는 듯한 이 상반된 음악들을 

절묘하게 배합시킨 영화이다.

대부분의 영화음악들이 

영상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양념 역할을 한다면,

'화양연화'의 음악은 영상과 동등한,

어쩌면 그보다 더 우월한 지점에서 

영화의 맛을 우려내는 주재료인 것이다."




https://youtu.be/FWom5r7D04g?t=2





https://youtu.be/2NMmgKPiAhw?t=6

작가의 이전글 왕가위/화양연화7In The Mood For Lo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