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날들이 설 것이고
서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새해 첫 날을 말함이다.
설날은 떡국을 먹는다.
왜 떡국일까? 생각해 본다.
쉽게 생각하자.
손님들을 손쉽게 대접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리라.
끓여 논 곰국에 떡만 넣어
고명만 얹어 내놓으면 되는 것이니까.
물론 준비해 놓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서도...
어려서 먹어 온 떡국은
어머니가 개성 분인지라
조랭이떡 만둣국이다.
떡국치곤 손이 더 가는 고급 떡국인 셈이다.
식지 않은 가는 떡을 잘게 썰어
다시 칼로 눈사람 형태로
일일이 조랭이로 만들고
만두도 만들어 빚어 놓아야 하니까.
가끔 개성 만두의 시원함이 생각난다.
정초 때 누이에게 부탁은 하지만,
평소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집사람에게 얘기하기 어렵다.
그럴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코 끝이 찡 해지며 귀가 먹먹해진다.
만두는 즉석에서 어머니를 소환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만두는 개성에서
귀한 손님한테 늘 대접하는 음식이다.
김영랑 시인이 늦장가로 개성 부인을 얻어
개성 처가에 갔을 때
나온 음식이 만둣국이었단다.
영랑은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 터라
당황했다 한다.
우리는 개성을 비롯한
경기도 만두의 시원함을 안다.
시원함의 비결은 숙주가 아니라
김치에 있다.
그리고 비밀은 만두 속을 할 때
김치를 짜서 속에 넣어
버무린다는 것이다.
짜지 않으면 김치가 물러서
맛도 퍼져 버린다.
똘똘한 친구가 만두 속에
김치가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힌트를 줬다.
만두 해 먹는 지방에서의
'묵은 김치 처치용'이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떡만둣국은 비단 개성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와 강원도 위쪽으로는
떡만둣국이다.
전국 팔도 떡국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 몸 떡국 (북어 국물)
전라도 닭장떡국 (닭 육수)
경상도 굴 떡국 (멸치육수)
충청도 날떡국 (북어 국물)
경기도 떡만둣국 (사골 육수)
강원도 두부 떡만둣국 (양지 육수)
황해도 배추 짠지 떡만둣국 (양지 육수)
평안도 굴림 떡만둣국 (양지 육수)
함경도 꿩 떡만둣국 (꿩 육수)
떡국의 육수는 남쪽에는
해산물 육수요
중부 위쪽으로는
소 육수를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경도는 특이하게 꿩 육수를 쓰는데
거기는 소는 귀하고 꿩이 흔한가 보다.
평양냉면에 꿩 육수가 조금 들어가
노릿한 맛이 나는 게 특이했는데
전체를 꿩 육수로 한다니
그 맛이 심히 궁금하다.
여수가 고향인 제자가
설날 고향에 갔길래
여수 집 떡국 사진을 부탁했었다.
그쪽은 남도답게 전복 넣고
매생이를 푼 떡국이었다.
먹어 본 적은 없다.
남도는 삼계탕에도 전복이 들어가니
해산물이 풍부한 곳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