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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27. 2020

개성 조랭이떡 만둣국






설날은 날들이 설 것이고

서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새해 첫 날을 말함이다.




설날은 떡국을 먹는다.

왜 떡국일까? 생각해 본다.

쉽게 생각하자.

손님들을 손쉽게 대접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리라.

끓여 논 곰국에 떡만 넣어 

고명만 얹어 내놓으면 되는 것이니까.

물론 준비해 놓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서도...


어려서 먹어 온 떡국은

어머니가 개성 분인지라

조랭이떡 만둣국이다.

떡국치곤 손이 더 가는 고급 떡국인 셈이다.

식지 않은 가는 떡을 잘게 썰어 

다시 칼로 눈사람 형태로 

일일이 조랭이로 만들고 

만두도 만들어 빚어 놓아야 하니까.


가끔 개성 만두의 시원함이 생각난다.

정초 때 누이에게 부탁은 하지만,

평소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집사람에게 얘기하기 어렵다.

그럴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코 끝이 찡 해지며 귀가 먹먹해진다.

만두는 즉석에서 어머니를 소환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만두는 개성에서 

귀한 손님한테 늘 대접하는 음식이다.

김영랑 시인이 늦장가로 개성 부인을 얻어

개성 처가에 갔을 때

나온 음식이 만둣국이었단다.

영랑은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 터라

당황했다 한다.


우리는 개성을 비롯한 

경기도 만두의 시원함을 안다.

시원함의 비결은 숙주가 아니라 

김치에 있다.

그리고 비밀은 만두 속을 할 때

김치를 짜서 속에 넣어 

버무린다는 것이다.

짜지 않으면 김치가 물러서 

맛도 퍼져 버린다.


똘똘한 친구가 만두 속에  

김치가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힌트를 줬다.

만두 해 먹는 지방에서의 

'묵은 김치 처치용'이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떡만둣국은 비단 개성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와 강원도 위쪽으로는

떡만둣국이다.


전국 팔도 떡국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 몸 떡국 (북어 국물) 

전라도 닭장떡국 (닭 육수)

경상도 굴 떡국 (멸치육수)

충청도 날떡국 (북어 국물) 

경기도 떡만둣국 (사골 육수)

강원도 두부 떡만둣국 (양지 육수)

황해도 배추 짠지 떡만둣국 (양지 육수)

평안도 굴림 떡만둣국 (양지 육수)

함경도 꿩 떡만둣국 (꿩 육수)


떡국의 육수는 남쪽에는 

해산물 육수요

중부 위쪽으로는 

소 육수를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경도는 특이하게 꿩 육수를 쓰는데

거기는 소는 귀하고 꿩이 흔한가 보다.

평양냉면에 꿩 육수가 조금 들어가 

노릿한 맛이 나는 게 특이했는데

전체를 꿩 육수로 한다니 

그 맛이 심히 궁금하다.




여수가 고향인 제자가 

설날 고향에 갔길래

여수 집 떡국 사진을 부탁했었다.

그쪽은 남도답게 전복 넣고 

매생이를 푼 떡국이었다.


먹어 본 적은 없다.

남도는 삼계탕에도 전복이 들어가니

해산물이 풍부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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