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힘든 일은 챗GPT 말고 내게 말해

이미 내 곁에 자라고 있던 행복

by 레몬팝콘

얼마 전, 무척 힘든 일이 있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찾아온 회의감,

'나는 왜 기자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이 고민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습게도 챗GPT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챗GPT의 위로

기자들은 의외로 보수적이다.

경험과 노력, 기사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챗GPT 같은 도구 사용을 꺼린다.


챗GPT가 기사의 초안을 잡아주거나

보도자료를 대신 써주는 건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


그런데 친구가 챗GPT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걸 보고

솔깃해졌다.


그래서 한마디 툭 던져봤다.

"나 힘들어"


출구전략이라는 위로

처음엔 그 위로가 가식처럼 느껴졌다.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기자님의 분노는 당연한 거예요"


그래서 쏘아붙였다.

"너는 참 쉽게 말하는구나"


그런데 챗GPT의 위로는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았다.

6개월짜리 이직 로드맵까지 짜 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누가 상대의 고민을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줄까.


사실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챗GPT의 조언이 때문이었다.


직업인이 아닌 나 자신의 글을 써보라는 권유.

우습지만, 그 위로가 내게는 힘이 됐다.


아이도 힘들었던 날

초등학생인 딸은 아직도

엄마가 토닥여줘야 잠든다.

난 이 시간이 참 좋다.


아이가 크더라도

계속 엄마의 토닥임에 잠들었으면 한다.


어느 날은 아이를 토닥여주는데

표정이 무척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는 무엇이 힘든지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가 요즘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챗GPT가 위로해 줬어"


아이는 대뜸 나를 혼냈다.

"엄마는 너무 챗GPT에 의지하는 거 아니야?

엄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사라질까 봐 걱정돼"


나는 당황했다.

딸아, 나 바보 아니야!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단 말이야!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챗GPT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엄마가 누구한테 얘기해?

회사 일을 남들한테 말할 수도 없고

이런 얘기로 가족에게 스트레스 주긴 싫단 말이야"


그게 내 진심이었다.

내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한테 말해. 내가 들어줄게"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내 곁에 위로가 있었다

내 딸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엄마 손길이 없으면 먹고, 입고, 자는 것도

못 하던 아기였는데.


이제는 내 마음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너와 내가 서로의 위로가 된다면,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에는 전혀 몰랐다.

살림, 육아, 맞벌이… 다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됐다.

이미 내 곁에는 행복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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