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첫 번째 거짓말보다 중요한 것

by 레몬팝콘

'첫 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애슐리 엘스턴의 스릴러 소설이다.

치열한 심리극과 반전에 숨죽이며 단숨에 읽었다.


생존을 위해 연극을 하던 주인공에게 거짓말은 필수였다.


거짓말의 원칙은 단순했다. 진실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

거짓말은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진실과 거리가 먼 거짓말은 결국 들키게 된다.


주인공은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하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주인공을 살린 것은

이 소설은 거짓말의 기술과 심리전을 보여주지만,

내가 읽은 핵심은 달랐다.


주인공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완벽한 거짓말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된 인간성과 연민은

먼 훗날 주인공을 구해줬다.


사기 칠 작업 대상의 주변인이던 고등학생 선수에게 건넨 조언,

보스의 명령을 어기고 정치인의 약점을 덮어준 행동은 누가 봐도 오지랖이었다.


그러나 그 오지랖이 상대의 인생을 바꾸었고, 결국 주인공 자신을 살려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네 일이나 잘해"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


글에도 연민이 있다면

기자로 살아가며 늘 고민한다.

내게 잘해준 사람인데, 그 사람이 잘못한 일을 기사로 써야 하는 게 맞을까?

그렇다고 내가 침묵한다면 기자라는 직업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을까?


처음에는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썼다.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생각해 봤다.

무엇이 '기레기'일까?


기레기의 기사에는 연민이, 사랑이 없었던 것일까?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지적만 있었고,

그 기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사람을 헤아리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런 기사는 약이 아니라 독일 것이다.

독자는 그걸 알아봤다. 그리고 '기레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깨닫고 나는 기사에 연민을 담으려 노력했다.


잘못은 지적하되, 그 지적이 한 사람과 조직,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면

그것은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


가슴 아프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이 악물고 아이를 혼내듯 말이다.


아직도 나는 묻는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를 지적할 자격이 있는 걸까?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소설 속 연민이 주인공을 살렸듯,

기사 속 연민이 언젠가는

나와 누군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믿음.


그래서 기사에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그 따뜻함이 우리 사회를 살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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