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내는 법

김밥에 마요네즈, 겨울엔 군밤

by 문애


마트에 갔는데 대여섯 살쯤 돼보이는 남자아이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행 왔는데, 장난감 하나만 사줘어어.” 엄마는 못 들은 척 앞만 보고 가고, 남자아이는 계속 졸라댄다. “하나만, 하나만!” 여행 왔다고 장난감을 왜 사? 핑계 김에 장난감 사려는 속셈에 넘어가면 애 버릇만 나빠지지.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행을 왔으니 좋다는 데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많이 찍겠지. 그 남자아이도 그런 기분을 내고 싶은 걸지도 모르는데. 애라고 기껏 온 여행에서 어른들 들러리만 서란 법 있나.


나도 기분 좀 내볼까, 할 때가 있다.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먹고 싶고, 부침개 부치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다.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슬슬 동네 빵집에 가서 맛있는 크로와상을 먹고 싶다. 가끔은 동네 책방에 들러 무슨 책이 나왔나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고도 싶다. 누구나 기분 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아빠는 김밥 먹을 때 꼭 마요네즈를 곁들이고, 엄마는 겨울이면 군밤을 매일 같이 사먹는다. 그 남자아이도 자기 나름의 기분 내는 법이 있을 것이다.


전에 조카랑 권투놀이를 했는데 잽과 훅을 마구 날리던 조카가 “아, 스트레스 풀린다”라고 해서 놀랐다. 초등학교 1학년은 무슨 스트레스를 받을까. “스트레스 풀렸어?” ”응!” 조카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아이도 아이만의 인생이 있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울고 싶은 걸 삼키기도 하겠지. 아이 마음에 뭐가 들어있는지 어른들은 결코 모른다.


그나저나 그 남자아이가 갖고 싶었던 장난감은 뭐였을까. 아무쪼록 그 남자아이가 사고 싶었던 장난감을 대신할 뭔가를 스스로 찾아냈기를.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는 게 인생, 그러니 실망하지 않고 나름의 기분 내는 법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장난감 아닐까. 어른이 돼서도.



KakaoTalk_20260121_121140644.jpg 스콘에는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바르는 것도 나의 기분 내는 법.


매거진의 이전글유퉁 씨와 소리 없는 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