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생각한 저편에 꼭 추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by 문애


눈 쌓인 바깥 풍경을 보고 있자니 밖에 나가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온도 20도. 봄, 가을에 이 정도 온도면 선선해서 딱 좋은데, 겨울에 이 온도라면 씻기 싫어진다. 이대로 씻었다가는 샤워가 아니라 냉수마찰을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씻으면 그다지 춥지 않다. 벗은 채로 욕실 청소를 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이런 엄동설한에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잼이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나갈까 말까. 춥겠지? 추울 거야. 어떻게든 안 나갈 방법을 궁리하다 결국 나가기로 했다. 스웨터를 두 장 껴입고, 비니에 목도리 장갑까지 중무장을 했다. 이왕 나가는 거 운동도 할 겸 좀 멀리 있는 슈퍼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마스크까지 썼으면 좋았을 뻔했다. 얼굴을 누가 꼬집는 것처럼 시렸다. 그래도 대비를 철저히 해서인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니 기분도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는 여유는 덤이었다.


무사히 딸기잼을 사고,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 동네 빵집으로 갔다. 너무 늦게 왔나보다. 사려던 우유식빵은 다 팔리고 없었다. 다행히 쌀식빵이 하나 남아서 그걸 들고 계산대로 갔다. 주인할머니는 계산을 하고 비닐봉지를 꺼내려고 하셨다.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 그랬더니 주인할머니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손 시려서 안 돼.”

핫팩보다 구들장보다 더 따뜻한 한 마디. 내가 장갑을 들어보이며 “저 장갑 있어서 괜찮아요.”라고 하자 주인할머니는 식빵을 건네주시며 “그럼, 잘 들고 가요.”라고 하셨다. 하아. 춥다고 생각한 저편에 꼭 추운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세상일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나쁘지만은 않다. 가끔은 아주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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