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확실히 얼굴에 살이 쪘다. 내 또래 한 배우는 얼굴에 살이 오르면 어려보여서,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 전날이면 라면을 먹는다는데. 그런 스케줄도 없으면서 어제 모로 씨랑 초코하임 한 상자를 해치웠다. 저녁 먹고 후식으로 세 개 정도 먹으려 했건만. 그만 먹으려 할 때 모로 씨가 하나를 더 깠고, 참아 보려다 나도 집어들었다. 이런 패턴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다가 세 개쯤 남았다. 이거 남겨서 뭐하나. 그냥 싹 먹어치웠다.
요즘따라 바삭바삭한 식감만으로 뭔가를 먹어대고는 한다. 딱히 새로울 것 없는 다 아는 맛인데, 바삭한 식감이 주는 쾌감 때문에 계속 손이 간다. 이상하지. 큰 스트레스 받을 일이라고는 없는데. 내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은 알고 있는 스트레스가 있는 걸까. 그 스트레스를 이렇게나마 해소하고 있는 걸까.
한 달쯤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내 스트레스를 조금 털어놓았다. 친구는 갖지 못했으나 나에게는 있는 것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너랑 얘기하고 나니까 속이 좀 낫다” 헤어질 때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그 이야기를 한 것이 후회가 됐고, 누굴 위한다는 핑계로도 발설하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배웠다.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할 이야기가.
일정한 무게로 내 속을 누르는 그 이야기들이 무거워 초코하임을 바삭바삭 깨먹으며 나만의 벽돌깨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속엣말을 외칠 대나무숲을 찾지 못해, 초코하임에 대고 하소연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 이렇게 쓰다보니 내 스트레스가 뭔지 분명히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냥 나만 알고 있기로 한다. 일기장에라도 썼다가는 누가 볼 수도 있으니까 형태를 부여하지 않기로 한다. 누구나 혼자만 간직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는 법이니까.
아직 부엌에 초코하임 두 상자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