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산책 나온 개를 봤다. 하얀색 말티즈. 개는 나보다 2미터쯤 앞서 있었다. 추위에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주위도 살피고 나무 냄새도 맡았다. 그러다 뒤를 돌았는데 나랑 눈이 마주쳤다. 내 착각이었을까. 개 눈빛에 반가운 기색이 비쳤다. 개는 이내 다시 앞을 향했다.
나는 개를 뒤따라 걸으며, 세상을 떠난 우리 개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지. 같이 산책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이 개를 보고 미소 짓곤 했다. “어머나, 예뻐라” 감탄하기도 하고 “어디 가니?”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웃음꽃이 만개한 사람들을 스쳐갈 때면 꽃길을 걷는 듯이 기분이 좋았다.
어느덧 좁혀진 말티즈와의 거리. 말티즈 옆을 스쳐가는데, 녀석이 나를 돌아봤다. 그러더니 마치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혀를 내밀고 헤, 웃었다. 어찌나 귀엽던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개도 사람을 보며 웃어준다는 걸. 우리 개도 이렇게 웃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