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모로 씨가 카톡으로 음성파일을 보내왔다. 눌러보니 모로 씨의 노래.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모로 씨 목소리로 흘러 나온다. 굵은 저음의 모로 씨 목소리는 유재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생일은 좋구나. 이런 선물을 다 받고.
노래가 끝나갈 무렵, 문득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가 떠올랐다. 그때 취재원에게 꼭 부탁하는 게 있었다. 바로, 음성 편지. 편지의 마지막에는 “사랑해”라고 말해줘야 했다. 함께 일했던 피디가 말하길, “그래야 끝이 난 것 같거든요.” 라고 했었지. 진짜 그랬다. 좀 작위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말 한마디면 ‘이렇게 끝이 납니다’라는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신호가 되었다.
그때 습관 때문인가. 나는 노래 끝에 모로 씨가 “사랑해요”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성 파일은 크고 작은 파동을 그리며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마지막에는 작고 길쭉한 소라껍데기 모양의 파동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 저기다. 저기에 보물이 숨어 있겠구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모로 씨는 마지막 소절을 불렀다. “사랑하기 때문에” 드디어, 이제 나오겠구나!
그런데 기대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모로 씨는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사. 랑. 하. 기. 때에. 무운. 에에.” 그 작은 소라 껍데기 안에는 유재하랑 똑같이 노래를 부르려는 모로 씨의 정직한 마음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