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아빠가 내 눈치를 본다. 지난 여름, 당뇨라는 사실을 확인한 아빠는 식이요법 중이다. 고기, 우유, 치즈, 버터는 제하고, 약 대신 야채 달인 물을 마시고 있다. 처음 한두 달, 아빠는 몸이 가벼워졌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러더니 슬슬 고기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 조카한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강화도에 갔다가 이재명 대통령을 봤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식사한 순대국밥집에서 순대국을 먹었다는 것이다. 조카는 정의구현사제단처럼 말했다.
“할아버지가 이모가 먹지 말란 걸 먹은 거야!”
고기국물이 흐르는 강을 건넌 후, 아빠는 마음을 고쳐먹은 모양이었다. 나 없을 때 엄마랑 동생한테 그랬단다. “먹고 싶은 거 먹게 내버려 둬.” 동생 말로는, 그건 선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았다고 한다. 이제 아빠는 좋아하는 짜장면을 더이상 참지 않는다. 전에는 “먹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라더니 이번에는 “며칠 전에 짜장면 먹었는데, 달지 않게도 해주더라”라고 하는 게 아닌가. 뭐, 식탐 많은 내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먹는 재미 빼면 인생이 삭막해지지.
그래도 혈액순환이 안 돼서 까매진 아빠의 손발을 보면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빠, 경각심을 가져야 돼. 정말 큰일 나.” 아빠는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젤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 조카한테 화살을 돌렸다.
“그런 거 많이 먹으면 안 돼.”
조카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이건 할아버지가 짜장면 먹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 젊었을 때 아빠도 정준하처럼 짜장면을 흡입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