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4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가지 리포트 Oct 30. 2019

부속고기 찾아 나선 20대

책상다리 빼고 다 먹을 기세, 부속고기 어디까지 먹어봤니?

출처 : 을지로 '산수갑산' [유투브 채널 - 최자로드 파헤치기]

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곱창집 먹방을 선보이며, 한동안 '곱창 여신'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그녀가 방문했던 곱창집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인스타 피드에는 곱창 인증샷이 넘쳐났다. 두 번째 출연해서는 김부각에 간장게장의 내장을 싹싹 긁어먹으며 또다시 먹방 신화를 이어갔다. 20대 초반의 걸그룹 멤버가 보여주기에는 다소 난해한 메뉴 선정이었지만, 이 두 번의 출현으로 화사는 스타가 되었다.

KFC에서 판매했던 닭 껍질 튀김은 원래 인도네시아 매장에서 팔던 스페셜 사이드로 여행 중 맛보았던 고개들의 요청에 의해 일부 매장에서 한정 판매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오픈 첫날 노량진역 지점에서만 1시간 만에 930인분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많은 1020 세대들의 인싸푸드로 인증샷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재미를 붙였는지 최근 KFC에서는 닭똥집 튀김 신메뉴도 출시하였다.

다양한 방송 채널 및 브랜드에서 보이는 부속고기 트렌드

서울 신사동 '계식당'에서는 닭 목살과 닭 무릎 연골살 등을 1인분에 14,000원에 판매한다. 버려지던 부분육이 특수부위라는 이름을 달고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고기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 마리에 100~130g밖에 나오지 않는 돼지꼬리 구이, 돼지의 위와 창자를 고정시키는 횡격막을 잘라낸 도래창, 소의 가죽 껍질과 쇠고기 사이의 근막으로 소 한 마리당 2~4kg만 나오는 수구레, 소의 혀뿌리 혹은 혓날이 붙어 있는 상태로 분리한 우설 등 기상천외한 특수부위 고기들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밀레니얼 세대들의 혼술 안주로 사랑받고 있는 다양한 HMR 푸드에서도 막창, 곱창, 돼지껍제기, 닭발, 오돌뼈는 인기 소재이다.

부속고기 가공식품, 그중에서도 혼술족을 겨냥한 다양한 부속고기 HMR 인기

거친 미식 탐험의 이유

입 짧은 요즘 애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의 미식 탐험은 거침없다. 누가 혹은 무엇이 이들의 입맛을 이토록 거칠게 만든 것일까?

1020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재미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색다른 것, 특이한 것을 찾아 공유하고 인증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더 새로운 것을 찾았으며 얼마나 호응을 받았는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특유의 커뮤니티를 만든다. 부속고기 트렌드는 이러한 1020 세대의 취향과 딱 들어맞는 유행이다. 그들에게 자극적인 맛과 인상적인 비주얼의 부속고기는 주류가 되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통과 의례와 같다. 자극적인 소재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먹방 유투버들의 단골 아이템이 부속고기인 것만 봐도 1020 세대들의 현재 푸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부속고기를 찾아 떠난 20대의 미식 탐험

그렇다고 이들이 부속고기를 B급 콘텐츠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와 돼지, 닭의 특수부위로 이루어진 부속고기는 주로 노포의 메뉴판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핫플로 떠오른 을지로와 어딘가 닮아있다. 이른바 뉴트로 트렌드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레트로 열풍은 부속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노포를 인스타그래머블한 핫플로 등극시켰다. 오래된 간판 아래 지글지글 익어가는 부속고기 인증샷을 찍어 올리며 '갬성푸드'로 소개하고, 아날로그적인 체험을 힙스터 문화로 승화시킨다.

일명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노포 거리 (출처 : 한국일보)

고기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누군가는 젊은 세대의 '괴식'으로 치부하고, 누군가는 식품으로 번진 '뉴트로 문화'라고 한다. 뭐가 되었든 버리지 않고 모든 부위를 소비한다니 어쩌면 이게 자원 절약이 아닐까? 고기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시점, 외식 업계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주목하고 특수부위 전문점 혹은 특수부위를 쉽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가공식품 개발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