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카페 VS 빅 카페, 압도적인 스케일로 승부한다.
어린아이를 둔 가족 혹은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의 주말 나들이로 교외 지역의 대형 규모 창고형 카페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너무 작아 고객끼리 어깨를 맞대야 할 정도인 스몰 카페의 유행이 진 것이 아니라, 스몰 카페와 동시에 빅 카페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주말만 되면 이들 창고형 카페 주변은 주차를 하기 위한 대기 줄로 북새통을 이루고,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전국의 비어있는 대형 폐가 건물을 이 잡듯 뒤지고 있다.
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가는
주말 나들이 장소이자
새로운 데이트 명소
최근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핫플은 파주에 위치한 대형 창고형 카페 '더티 트렁크'이다. 흡사 기름 냄새 가득한 미국 어느 창고에 온 듯한 거대한 공간감이 우리나라에 이런 인테리어가 가능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국적이다. 커피와 베이커리, 음식, 술까지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으며, '더티 트렁크'라는 이름답게 거칠고 스모키한 음료가 컨셉이다. 주말이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의정부에 위치한 '더 카핑'은 1999년 용인시 기흥구에 오픈한 최초의 자동차 경매장인 서울자동차경매장의 건물을 2014년 'AJ 그룹'이 인수하여 자동차 경매장으로 사용하다가 회사가 이전하면서 리뉴얼한 카페이다. 자동차 경매장답게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를 자랑한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만든 1층은 잔디가 깔려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으며,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강당에서는 다양한 세미나와 공연이 펼쳐진다. 커피는 물론 식사와 수제 맥주까지 즐길 수 있어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주말이면 가족들의 나들이로 늘 북적거린다.
강화 나들길 14코스에 포함된 미술관 겸 카페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방직회사였다. 강화도 섬유 산업의 최전성기를 누리다가 대구나 구미로 섬유 산업이 옮겨가면서 폐가로 방치되다 2018년 지금의 모습으로 오픈하였다. 2,000평의 넓은 공간에는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과 그림들이 놓여있고, 카페 벽면에서는 흑백 영화가 오래된 영사기를 통해 계속 상영된다. 주민들조차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않았다던 폐가는 어느새 강화도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어 이미 인스타그램 태그가 넘쳐날 정도로 인증샷 핫플이 되었다.
54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부산 '고려제강' 공장도 2008년부터 버려졌다가 작년에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탄생되었다. 서점과 갤러리, 카페, 공연장 등 다양한 복합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공간은 바로 카페 '테라로사'이다. '테라로사'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하여 공장 자재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며, 넓은 공간에 와이어를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역사성과 예술성까지 갖추었다. '테라로사'의 이런 공간 활용은 부산뿐만 아니라 강릉 본점에서도 잘 드러나며 주말이면 주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는 양평점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F1963' 외에도 최근 부산 영도 지역에 오래된 선박 수리 자재 창고를 개조한 카페 '무명일기'도 창고형 카페로 유명하다. 가게 앞에는 아직도 선박들이 정박해있어 시원한 바닷가 뷰를 완성한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하고 있으며, 부산의 떠오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앞에 위치한 '올드브릭'은 최근 군산이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카페 중 하나이다. 이름처럼 오래된 벽돌이 특징인 '올드브릭'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픈되어 있는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군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2층 루프탑이 가장 유명하다.
오래된 창고가 많은 제주도 창고형 카페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주도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뉴저지 카페'는 감귤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새로운 저지리라는 뜻의 뉴저지라는 이름이 재미있는 창고형 카페이다. 석양이 정말 예쁜 곳으로 유명하여 인스타그램 태그를 검색하면 통창 넘어 너른 감귤밭 뒤로 펼쳐지는 붉은빛 석양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오픈한 대형 펍 '싱싱잇'은 8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 제주도 지역에서 늦은 밤까지 좋은 음악과 술을 마실 수 있는 떠오르는 핫플이다. 역시나 오래된 감귤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대형 팬이 싱싱 돌아가고 마구간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소품들이 이국적이다. 창고형 카페 하면 떠오르는 '앤트러사이트' 역시 협재에 전분공장을 개조해 만든 대형 카페를 운영 중이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갈 줄 모르는 김포의 '글린공원'은 수목원 카페를 지향하는 또 다른 형태의 창고형 카페이다. 복층으로 구성된 대형 공간은 초록의 식물들이 높게 자라고 다양한 베이커리와 음료 메뉴가 가족들을 유혹한다. 실내 동물원 사업을 하는 주렁주렁의 카페로 키즈 친화공간으로서 특히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담양의 '노매럴'과 '서플라이', '담빛예술창고'도 모두 옛날 창고였던 대형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복합문화예술공간이자 카페이며, 용인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 김천 '로기커피', 세종 '에브리 선데이', 대구 '빌리윅스', 남양주 '플랜트202' 역시 모두 창고를 개조해 만든 대형 카페이다.
서울에서도 창고형 카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성수 지역에 위치한 '대림창고', '할아버지 공장', '블루보틀' 1호점과 마장동에 위치한 '인 더 매스', 합정에 위치한 '빈브라더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창고형 카페의 공통점은 대부분 주차가 편리한 도심 외곽 교외 지역에 위치했다는 점과 폐공장, 폐창고와 같은 버려진 대형 공간을 리모델링 했다는 데 있다. 비싼 임대로 대신 압도적인 공간이 주는 공간감을 강점으로 가져가고, 옛 것을 그대로 유지하여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뉴트로 트렌드에 부합하는 면을 보인다. 또한 하나같이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 그리고 철근, 시멘트, 벽돌, 식물 등과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여기에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원두 공장을 함께 배치하거나 수제 맥주, 베이커리 등 음식을 함께 제공하고 플리마켓, 전시회,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복합문화시설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큰 버려진 공간에 카페를 오픈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폐가인 곳을 리모델링 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찾아오게 만들 마케팅도 다양하게 구상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커피만을 팔아서는 유지하기가 어렵다. 완벽한 공간 기획과 브랜드 철학이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갖추어지고, 넓은 공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철저한 인력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이자, 전국 지방에 흩어져있던 문 닫은 대형 공장과 창고, 학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인 창고형 카페, 앞으로 새로운 관광 모델이자 문화시설로 공무원들은 물론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버려진 창고만을 찾아 새롭게 리모델링해주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일단 전국 방방곡곡 폐가 탐험을 할 수 있는 담력부터 길러보자.
#창고형카페 #대형카페 #공장형카페 #폐가 #재생산업 #카페 #더티트렁크 #더카핑 #조양방직 #F1963 #테라로사 #앤트러사이트 #올드브릭 #싱싱잇 #뉴저지카페 #글린공원 #어로프슬라이스피스 #로기커피 #대림창고 #빈브라더스 #블루보틀 #할아버지공장 #인더매스 #담양 #서플라이 #노매럴 #강릉 #부산 #파주 #군산 #강화도 #김포 #용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