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종료, "복직하실 거죠?"

복직과 퇴사의 갈림길 앞에서

by 수이

“복직하실 거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인사 담당자의 목소리가 싫다. 16개월의 육아휴직 종료가 한 달 남았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2개월, 연차 1개월 있는 힘껏 썼더니 이렇게나 길다. 나 좋자고 다 쓴 건 아니다. 부서장이 웬만해서 다 쓰라고 했다. 오히려 육아휴직을 독려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실상 육아휴직은 ‘휴식’과 거리가 멀다. 작년 만삭의 몸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을 때 옆 팀 김대리는 “이제 1년 넘게 쉴 텐데 좋겠네.” 했다.


쉰다고?

목숨 걸고 하는 출산과 젖몸살을 모르고 하는 소리.

새벽 2시간 간격으로 깨서 먹여야 하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

젖병 열탕 소독과 100일의 기절을 모르고 하는 소리.

등 센서, 토핑 이유식, 갑작스러운 열 보초를 모르고 하는 소리.


첫째 때 신생아 육아를 해 본 나로서는 저 말 한마디가 곱게 안 들렸다. “쉬는 건 아니죠. 애 키우는 게 더 힘들어요.”하며 웃었다.


인사 담당자 전화를 받고 고민이 시작됐다.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하지 않고 퇴사할까? 아니면 예전처럼 복직 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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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적어본다. 일단 직장인이라는 것은 잔인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가야 한다. 그날의 내 기분, 날씨는 무시하고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내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제대로 곤란하다. 부서장 눈치, 동료 직원 눈치 보며 없는 연차를 쪼개 써야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 눈치, 친정 엄마 눈치 보며 아이에게 달려가야 한다. 돈은 버는데 눈치는 한 없이 봐야 한다. 당당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싫다. 스트레스 받느라 지칠 것 같은 생활이 예상된다.


업무가 많으면 집에 늦게 갈 수도 있다. 소중한 가족과 하루 2,3시간 남짓밖에 볼 수 없는 거다. 퇴근 후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면 재워야 한다.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잠에 들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늘 부채감에 시달린다. 다들 그렇게 산단다. 이렇게 직장이라는 것은 잔인하다.


장점을 적어본다. 경제적 일원으로서 돈을 버는 내 모습이 꽤 괜찮다.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커피 한잔 들고 광화문을 거니는 내 모습이 멋지다. 그리고...?


단점은 한없이 긴데, 장점은 짧았다. 게다가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내용이 장단점에 없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며칠을 생각하고 며칠을 적어보며 나의 퇴사 고민을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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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 퇴사할까?”

남편은 이미 결혼과 동시에 은행을 퇴사한 ‘전적’이 있다. 월급쟁이로 사는 삶을 싫어하던 남편은 흔쾌히 “그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남편은 쿨했다. 온전히 퇴사 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가 지게 됐다. 그래 내 인생인데.


근데 나 이러다 경단녀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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