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온 행성은 어디?
띵곡도 띵언도 아닌 좀 그럴듯하게 보이는 물건이나 음식도 아닌 와이프가 사준 수세미로 설거지하다
‘이거.. 인생 수세미인데..’를 고요히 외쳤다.
200x220mm, 하루 한 장 일회용 수세미,
미세도트엠보싱으로 풍성한 거품,
도톰한 2겹 원단, 맨손 설거지에도 저자극..
와이프는 내가 죽을 때까지 사려는 시도 조차 없을 물건들을 사는데 그제는 ‘반신욕 욕조’가 집으로 오더니,
어제는 ‘혀 클리너’가 왔다.
사실 와이프도 비슷할 거다. 내가 가지고 싶고 사는걸
보곤 도대체 왜 사는지 이해 못 한다.
결혼 후 시간이 갈수록 선호가 다르고 시간 활용에서도
차이를 발견한다.
”밤에 지오 때문에 못 자서 힘들 텐데 좀 쉬지..
왜 아침부터 카페 가서 책을 보냐..”
난 아침에 자는 것보다 책 보는 게 좋다.
그런데 와이프의 반전은..
자기는 일도 이해 안 가는 걸 내가 산다고 하면
“오빠, 걱정 마 내가 곧 사줄게” 하고
나도 “자기야 그냥 사!” 한다.
“아침에 피곤 한데 왜 나가냐.. “ 하지만 곧,
”바로 앞 카페 갈 거지?.. “ 하고
난 ”어제 또 이상한 거 왔더라 근디 이번엔 뭐여? “ 한다.
이해는 안 가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고 보게 된다.
사랑은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고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평행선의 두 줄이다.
”..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
- 칼리지브란 ‘결혼’
2000년 초반, 평소와는 좀 다른 남친을 보며 ”동굴에 들어갔어? “ 묻게 만들었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남자와 여자를 각기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로 설정해 차이를 이해하게 만들었던 책..
이후 ‘화성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 ‘직장에서 만난 화성남자 금성 여자’ 등등 많은 책들이 덩달아 나왔다.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에 이해가 아닌 인정이 필요한 관계
상대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관계 결혼..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고봉 16좌 등정을 완성한 산악인 엄홍길은 산을 오르며 어떤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산에 오르면 뭔가 대단한 걸 느끼고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답을 찾고 그럴 거 같죠? 그런데 사실 그런 건 없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마주하게 되는 건
모든 가면이 벗겨진 나 자신뿐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할 자신의 참모습을 보게 됩니다. “
결혼생활을 통해 와이프를 통해 그리고 육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아 이번 로또도 안됐어!”하면 와이프가
“로또 한번 맞은 사람은 또 되기 힘들지..
오빤 로또 됐잖아 나!” 맞는 말이다!!
그래서 와이프랑은 앞으로 더 안 맞겠지만..
꼭 모든게 들어맞아야 행복하고 즐거우며 기쁘고 사랑이 넘치는 와이프가 지금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저번 주 로또가 안 됐어도 지금 이렇게 행복한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