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옆 테이블에서 준 밥
어버이날이고 해서 지오와 함께 비를 뚫고 나름 맛집(오리고기)으로 향했다. 지오 아침잠 시간에 맞추다 보니 가게 오픈 시간에 도착했는데 코로나 19 때문인지 사람도 없고 한산해 “아 좋은데.. 편안하게 먹고 갈 수 있겠다. “
말이 끝나게 무섭게 승합차 몇 대가 도착하더니 이내 대기명단도 등장했다.
”망했다.. 맛집은 맛집인가 봐 “
50여 개 테이블이 꽉꽉 차고.. 단일 메뉴라 앉으니 바로 음식 세팅..
”지역화폐 받는 거 보니 연매출 10억은 안 넘나 봐.. “
와이프가 듣더니 저 앞집도, 저 아래 건물도 이 집 꺼라는 설명이다.
”아.. 이 건물 가게만 10억이 안 넘는 거구나..’
아침잠 자고 일어난 지오가 하이체어에 앉더니 슬슬 칭얼대기 시작한다. 점심 먹을 시간이라 앉자마자 공깃밥 시켜 밥 주려 했는데 아차.. 여기 밥은 개인 가마솥 밥이라 바로 줄 수 없다는 직원 설명..
원래 밥은 오리고기를 다 먹고 탕 먹을 때 함께 나오는 방식이라 시간이 걸려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지 다들 고기 굽느라 양옆 테이블은 날리다. (난 고기 먹을 때 밥 같이 먹어야 맛있던데..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건지..)
“아 그럼 혹시 공깃밥 파실 순 없으세요?”
“공깃밥이 없어서..”
“직원들 먹는 밥 있지 않아요?”
“아 그건.. 안될 거 같은데요..”
예전 같으면 이렇게 묻는 모습을 상상도 못 했는데.. 결혼하고 육아도 하다 보니 변했다. 안되는 걸 되게 해 달라는 막무가내는 아니지만 이런 적극성을 띠는 내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그럼, 지금 바로 가마솥밥 주세요. 애가 배고파해서..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결국 가마솥 밥은 25분 후에 나왔는데.. 그동안 밥에 주려고 가져간 김과 주스로 시간을 벌며 와이프도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있고 고기 맛도 괜찮아.. 기분 좋게 나오고 싶어 아무 말 안 하고 열심히 고기 먹고 탕도 먹고 나온 밥을 잘 식혀 지오에게 먹였다.
우리가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 테이블에 한 중년 부부가 앉았는데 우리가 밥 시키는 걸 보곤 본인들도 밥 먼저 달라고 하더니 조금 있다가 탕도 먼저 주문했다.
“탕은 고기 드시고 바로 나와요..” 직원이 말하자
“아니, 고기랑 소주 먹는데 국물 먹고 싶어 그래요..”
직원도 물러서지 않고..
“그럼 고기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 드시고 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직원이 가고 이내 불만 섞인 대화가 오갔다.
“아니, 고기랑 같이 국물 먹고 싶은 사람도 있는 거지.. 여기 뭐 이래..”
옆 테이블 사람도 기분이 점점 나빠지려는 모양인데
지오 밥 먹이고 고기 굽고 나도 먹느라 신경 끄고 먹는데 집중했다.
얼추 지오도 다 먹고 부모님도 와이프도 음식엔 만족해 그중 다행이다. 지오 데리고 잠시 나가 있겠다는 와이프에게 지오를 준 후 본격적으로 내 식사를 시작했다.
가마솥 밥이 나온 지 한참 후라 박박 글 거 밥그릇에 담고 남은 고기까지 다 먹으니 터질 거 같은 배가 후회를 만들어 몰고 왔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욕.. 내 식욕..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옆 테이블에 가마솥 밥이 나왔는데 뚜껑을 열던 아주머니가 날 보더니..
“저기.. 밥 좀 더 드실래요? 방금 나온 거라 괜찮아요.
아까 보니깐 많이 못 드시는 것 같던데..”
그러더니 아저씨도..
“그래요. 이거 좀 더 먹어요. 우린 많아서 분명 남겨요.. 좀 더 들어요..”
‘엇! 내가 너무 게걸스럽게 먹었나? 없어 보였나?..‘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여기 있는 거 다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요즘은 상상도 안 가지만 예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다.
한참 먹을 시절.. 친구들과 분식점에 가면 옆 테이블에서 더 먹겠냐고 이쪽 손 안 댄 거라고.. 지금 생각하면 참.. 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친구들이 어이없기도 하고..
예전엔 대문을 거의 열고 살았다. 그럼 지나가던 사람이 물 좀 얻어 마시자고 들어오면 “네 잠시만요..” 하곤 냉장고 시원한 보리차 한잔을 건넸던 시절있다.
사실 옆 테이블 부부에겐 관심도 안 가고 오히려
‘아 좁은데 왜 우리 옆에 앉아..‘ 했는데
미안하게도 오히려 밥을 건네는 옆 테이블..
그 부부가 건넨 건 정이 아닌가 싶다.
지오 밥 때문에 조금 날 선 기분도 옆 테이블이 준 정 때문에 무뎌지며 그날 하루가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