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 주의
WHO “내가 누군지 알아” 되묻기
WHAT “뭘 안다고” 무안 주기
WHERE “어딜 감히” 윽박지르기
WHEN “왕년엔(라떼 말이야)” 괜한 우쭐감
HOW “어떻게 나한테” 도무지 알 수 없는 하소연
WHY “내가 그걸 왜” 근거 없는 신분계급 질
꼰대의 6하 원칙이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말하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소위 ‘꼰대질’을 하는 직상상사나 연장자를 가리키지만, 사실 꼰대 증상엔 남녀노소가 없으며 그냥 자체가 꼰대인 사람,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된 사람, 일부러 꼰대가 필요한 사람까지 다양한 케이스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꼰대 증상엔 한쪽 면만 보는 ‘편협함’도 있다.
세상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고, 양쪽 말은 다 들어 봐야 하며,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꼰대는 자기가 본 것, 들은 것, 경험한 것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며 믿음과 확신이 함께 한다.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강하게 준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더 나은 대안, 옮은 방향, 현실적 조언, 팩트를 아무리 주어도(심지어 틀린 것이 확실할 때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마이웨이 하는 사람이다.
이러는 이유는 뭘까?..
마치 그 옛날 대의명분과 종묘사직이 위태롭다 외치던 벼슬아치의 말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에서 그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런 꼰대 증상이 이제 내게도 보이는 것 같다.
노을이 예쁜 오후.. 요즘은 더워서 이때쯤 지오를 데리고 나오는데 마침 와이프도 거의 다 왔다는 말에 서둘러 입구로 향한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많다.
입구를 나와 사거리 쪽으로 가는데 “빵빵!” 자동차 경적에 시선이 멈춘다.
직진은 신호대기, 우회전 차선엔 택시 두 대가 서 있는데 앞쪽 택시에 손님이 타고 있는 모양이다. 노부부로 보이는 손님이 천천히 차에 오르는 걸 보며 가족이 배웅 중이다.
다시 “빵빵!”
‘아.. 왜 자꾸 빵빵 데는 걸까?!’ 급 신경이 쓰인다.
다시 “빵빵!” 결국 지나가며 불만 섞인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아! 손님 타는 거 안 보이나.. 왜 자꾸 빵빵대..?!”
짜증 섞인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힐긋 쳐다보며 내 왼쪽을 앞질러 가더니 빵빵 택시에 오른다. 다시 보니 그 택시 위엔 ‘카카오 택시’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엇! 손님을 부르는 소리였구나..’
앞 택시를 향해 ‘빨리 좀 가자!’ 하는 경적으로만 생각한 나의 편협함에 놀란다. 물론 그 카카오 택시가 손님을 태운 뒤 바로 불법 유턴하는 장면을 보며 또 욕해 주긴 했지만.. 당연히 앞차를 재촉 중이라 생각한 꼰대 증상에 멋쩍다.
횡단보도 앞.. 건너갈 신호를 기다리며 와이프에게 톡을 보내느라 신호 바뀐 줄도 모르고 있다가 늦게 유모차를 밀고 길을 건넜다.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허전하다..
‘내 핸드폰 어디 갔지?!, 건너기 전 분명 내 손에 있었고
뛰면서는 캐노피 위에 두었는데..’
평소 주름이 깊게 잡힌 유모차 캐노피 사이에 핸드폰을 두는 습관이라 당연히 그 사이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지오야! 아빠 핸드폰 어디 갔지?!”
아직 아빠밖에 못하는 지오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 건네며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땅을 아무리 봐도 핸드폰이 없다. 3개월 전에 산 최신 아이폰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보험도 안 들었는데.. 곧 만날 와이프 잔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다.
다시 혼잣말로 멋쩍었던 베라 앞에 도착 후 누가 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건 아닌지 사람들 손을 보기 시작한다.
‘누가 주어선 찾아 주지 않고 슬쩍한 거 아니야?!’하는 의심도 해본다.
갑자기 건너편에서 와이프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베스킨에 맡겨둔데!”
이런.. 다시 한번 꼰대 증상에 멋쩍다! 십 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번의 꼰대 증상을 확인하며 반성? 의 시간을 가져 본다.
“택시 기사님,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님, 핸드폰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