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술학원

나는 왜 루틴을 좋아하는가?

루틴 작동하기

by 오아팸

의식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건(그렇게 상상할 수 있는 건) 사람만 가능하다던데.. 대충 이런 거다.

지금 있는 공간(카페 같은 곳)에서 시선을 천장 한 구석으로 옮겨 아래쪽을 바라본다. 그럼 테이블, 의자, 창문, 사람 그리고 내가 보인다.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시끄러우면 한 번씩 써먹는데 그럼 내 앞에 사람이 보이고, 내가 보이고 지금의 상황이 보인다. 암튼.. 그렇다.

이런 의식을 다시 옮겨 삶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라 생각하면 그 삶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수술이 끝난 환자가 PACU로 이동하면 간호사는 O2, V/S monitor 연결하고, position change, 환자복 입히기 등을 신속히 한다. 가끔 extubation을 못하고 나온 환자는 full awaken 할 때까지 keep 한다.

그리고 환자가 깨면
“말소리 들리세요?”
“손 꼭 잡아보세요!”
“입으로 숨 쉬어보세요!”
“눈 깜빡여 보세요!”
자극을 주고 확인 후 의사가 extubation 하게 된다.

안정되면 수술에 따른 주요 사항 체크와 액팅을 하는데

OP site 확인, 유지 position, pain사정, painkiller 투약, GCS 사정, sensor, movement, circulation 등을 사정한다.

이 중 수술 종류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의식 사정이다. Alert, Drowsy, Confusion, Stupor,

Semi coma, Coma..

TV에서 들어본 것들인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alert’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TPP, Time(시간), Place(장소), Person(사람)에 대한 답이다. “여기가 어디죠?, 오늘이 며칠이죠?, 이름을 말해 보세요!” 답 할 수 있다면 Alert 상태라 할 수 있다.

삶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 가장 중요한 기둥들이 바로 이 시간, 장소, 사람이다. 이 기둥이 무너진 사람은 환경과 상황에 의해 삶이 휘둘리게 되고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선택이 없다. 그런데 그에 따른 책임은 자기가 져야한다.

참.. 괴로운 상황을 겪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대부분 성공한 사람이라 하던데..) 사람들은 이 기둥을 루틴으로 만든다.

어떤 사람의 ‘시간 기둥’은 굉장히 견고해 기계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약속 시간엔 절대로 늦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가는데(이를 주일성수라 하던데) 일 년이면 52번.. 52개의 견교한 기둥이 서 있는 샘이다. 일어나는 시간, 잠드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책 읽는 시간..

삶을 떠받치고 있는 시간 기둥은 시간이 가면서 어떤 아웃풋 내놓게 되는데 이런 결과가 사람을 성장 시킨다.

어떤 사람의 ‘장소 기둥’은 굉장히 견고해 일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일터에 존재함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봉사가 필요한 곳에선 밥을 하고 필요한 물건을 나르고 삶의 기둥이 무너진 누군가의 기둥을 세워준다.

어떤 사람의 ‘사람 기둥’은 굉장히 견고해 정체성이 뚜렷하고 다른 사람의 한 기둥이 되어 준다.

아이덴티티가 있으면 훈련과 시련에 흔들리지만 뽑히진 않고 더욱 단단해져 다른 사람의 기둥으로 서기도 한다. 집 안의 기둥으로, 친구와 연인의 기둥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나라의 국민으로..(너무 멀리 갔나?..)

루틴(routine):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습관이나 패턴이라 불리기는 루틴은 특히 운동선수에게서 들어볼 수 있는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방법과 순서가 있는 규칙적인 행동과 이것이 주는 마음의 평안(멘탈관리) 등을 말하고 선수들은 루틴을 사용한다.

올림픽 금메달.. 내가 평생 연습해도 못 이룰 업적.. 그런데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 그중 3개는 3연패.. 최초이자 유일한 사격선수 진종호의 이력이다.

그가 말하길 큰 시합을 앞두곤 수도사처럼 루틴을 지킨다고 하는데 기상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1분 단위로 따져가며 움직이고 사격장 가기 전엔 눈이 피로할까 봐 TV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듣는다고..

루틴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루틴은 바이오리듬을 일정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예전 수능 보기 일주일 전부터 시험 당일처럼 기상하고 8시부터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었던 기억이 있다. 몸이 그 시간에 익숙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시차 적응을 위해 미리 다른 나라 경기장으로 가는 것도 비슷하다.

또 하나의 작동 원리는 징크스 때문이라 생각한다.
뭔가를 하기 전 마치 의식처럼 치르는 루틴을 안 하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오히려 역 효과가 난다.좋은 징크스로 작용해야 하는데 그냥 징크스가 된다.

앞서 진종오는 큰 대회전 루틴을 철저히 지켰지만 오히려 시합 당일엔 일부러 루틴을 만들지 않는다고 예능에 나와하는 말을 들었는데.. 참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루틴을 통제하지 못하면 루틴의 노예가 된다.

나는 왜 루틴을 좋아하는가?
첫째로 루틴은 나와 잘 맞다. 요즘 다시 유행한다는 MBTI 성향 중 J(Judging)가 내게 있는데 루틴과 참 잘 맞아떨어진다.

둘째로 루틴은 한마디로 좋은 습관을 들이려는 노력이다.
지난 글 ‘아빠가 주는 5가지 습관’에서도 말했듯 어려운 일을 쉽게 하려면 습관으로 만들면 되고 그 습관 만들기가 바로 루틴이다.

나이가 들며 점점 기호가 더욱 뚜렷해지고 습관이 의식처럼 변해가는걸 느낀다. 결국 삶엔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삶, 치우지지 않은 삶, 스스로 통제 가능한 삶은 견고히 세워진 기둥아래 가능하며 평생 노력해야 할 삶의 과업이다. 루틴은 이 과업을 성실히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삶의 장치로 작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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