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촬영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척 피곤했지만, 당긴 김에 빼지 않으면 영영 빼지 않을 것 같았다. 또, 동영상은 금요일 늦은 저녁이나 월요일 저녁에 올리고 싶었으므로 미리 편집해두면 좋겠다 싶었다. 흔한 직장인들은 금요일보다는 월요일에 조금 더 피곤한 법이니까. 그래서 피곤을 이기고 편집까지 마무리한 후, 월요일 퇴근시간에 맞춰 업로드할 계획을 세웠다.
아이패드 소지자이므로, 만만한 imovie를 켰다. 얼마 안 돼서 기억났다. 자막 쓰기 굉장히 까다로운 프로그램이라는 걸. 물론 내가 다루는 법을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만! 촬영본은 세로형 화면이라 노랫말을 최대한 잘게 쪼개 써야 했다. 그대로 작업을 시작했다간 내 팔목이 아작 날 것 같았으므로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게 VLLO 다. 무료로 기본 툴은 거의 이용 가능했다. 자막도 나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편집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무리했다. 사실 오프닝 화면과 원테이크 라이브 영상을 붙이고 자막만 넣으면 돼서 어려울 건 없었다. 저장도 빨리 됐다. 완성된 화면을 보는데, 오 제법 짧은 시간 투자한 것치곤 만족스러웠다. 그때 시간이 이미 새벽 2~3시경. 이제는 자야 했다. 정말 월요일이 힘들지 않으려면. ‘하루의 끝’ 노래가 계속해서 윙윙댔지만, 기분 좋게 잠들었다.
월요일 퇴근 후. 6시 땡 하고 올릴 생각이었으나 올리려고 보니 썸네일 화면을 만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어플을 켰다. 이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medibang paint. 언젠가 웹툰 작가 지망생 지인이 추천해준 어플로, 그림일기를 쓰느라 자주 이용한 어플이다. 먼저 촬영한 세로형 화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을 캡처해 이미지를 출력했다. 그 위에 새 레이어를 추가하고, 커버곡 이름을 썼다.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쓰길 반복해 한 장을 건졌다.
1년쯤 전에 이미 자작곡을 올린 경험이 있다. 해서, 비공개이지만 열어둔 유튜브 채널이 있었기에 고민 없이 로그인해 들어갔다. 썸네일을 추가하고 설명을 간단하게 적었다. 영상은 문제없이 금방 업로드되었다. 영상을 재생하는데, 픽셀이 다 깨져 보였다. 와이파이 문제인지 용량이 너무 커서인지 혹은 너무 작아서인지 알 수 없었다. 휴대폰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 등록해봐도 똑같았다. 역시 용량이나 화질 문제인가? VLLO에서 화면 비율을 조정해 재출력해봤지만 여전했다. 어휴.. 왜 이래 정말.
시간은 8시를 더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중으로 올릴 순 있는 걸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도 일단 올리자.. 처음 작업한 영상을 다시 올렸다. 지우지 않고 재생해 들어보는데, 한 5초 깨지더니 계속 보니까 화면이 정상적으로 보였다. 어? 뭐야? 설정에 들어가니 화질을 고를 수 있었다. 아니, 아깐 최대가 이백 몇 밖에 안 되었는데? 몰라, 어떻게든 됐으니까 된 거겠지! 이제 지인들에게 알려야 할 때다.
인스타그램에 썸네일 사진을 올렸다. 구구절절, 이게 내 2022년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는 이야기와 왜 이 곡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너무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또 너무 쿨한 척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게.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링크를 삽입해도 활성화되지 않다는 걸 이미 이전 자작곡 작업 때 파악했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싶으면 프로필 링크로 가란 말도 잊지 않았다. 게시물을 올리고 얼른 프로필로 가 링크를 올렸다. ‘좋아요’가 올리기 시작했지만, 동영상까지 보려면 어쨌든 클릭 몇 번을 해야 했으므로, 과정을 좀 줄이고 싶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쏟아지는 하트…! 창피한 마음 반, 기분 좋은 마음 반….
꿀보이스 잘 들었습니다! 너무 좋네요!
여기가 딩고인가요?
너무 멋있….
지친 저를 위로해주네요. 힘나요! 고마워요!
이런 피드백도 도착했다. 링크가 있어야만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댓글에 얽힌 공포가 있어서 댓글 기능은 없앴는데, 영상 자체에도 좋아요가 찍혀 있었다. 누굴까, 이 천사들은!
계속 반복해서 들으니까 처음 들었을 때만큼 잘하는 것처럼 들리진 않았다. 충분히 끌어줘야 하는 부분인데 숨 부족해서 끊기는 부분, 음정 불안한 부분… 더 디테일하게 들렸다. 그때쯤 되니 영상을 지우고 싶어 졌지만, 그래도 삭제하진 않았다. 완벽하면 가수 했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거니까. 영상을 올리고, 지난 연말에 썼던 버킷리스트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커버곡 올리기’에 동그라미를 치고, 날짜를 적었다. 이제 열 가지 중 딱 절반. 반 이뤘다. 다른 걸 더 이루는 것도 좋지만, 커버곡도 꾸준히 올려볼까 싶다. 두 시간 남짓이었지만 부르는 내내 행복했다. 이 시리즈의 제목처럼,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노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