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자취 12년 차. 그러니까 1인 가구가 된 지 어느새 12년 차란 말이다. 아픈 것이 더 이상 서럽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늘 외로워서 외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그간 많은 집을 거쳐왔다. 아니,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다. 침대, 냉장고, 세탁기, 책상이 한 데 엉켜있는 나의 작은 방. 4평에서 10평까지. 아주 조금씩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여 현재의 방까지 왔다. 사람 욕심 참 알 수 없지. 지금 방이 참 좋았다. 볕도 잘 들고, 지금까지 가져 본 개인의 공간 중 가장 컸기 때문이었다. 한데 지금은 이곳이 너무나 답답하다. 이 좁은 방이. 숨 막힌다.
원인은 뭐였을까? 한 가지 추측되는 것은 지난날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다. 그 게스트하우스는 가정집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었는데, 아늑하고 쾌적한 느낌이 강했다. 비유하자면, 엄마가 꾸며놓은 집? 깨끗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거실과 침실. 겨우 하루 묵을 뿐인데, 어쩐지 그곳에서 계속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요리할 수 있는 적당한 주방이 있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은 내 등 뒤로 침대가 보이지 않는. 그런 집에 살고 싶다. 어느덧 자취 12년 차. 혼자서는 그런 집에 영영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혼인신고해야,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야 그런 집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안다. 전부 환상이란 거. 결혼이 즉 좋은 집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거. 그렇지만, 내 또래에 그런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기혼자이거나 동거 커플이었다. 함께 마음을 나누고 빚을 나누어 좋은 주방과 거실을 장만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는 마음을 나눌 사람도, 빚을 나누고, 거실을 나눌 사람도 없다. 나는 이 작은 방에 평생 홀로 갇혀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