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단과 끝단사이

#송사리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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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속에 패션에 대한 열망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나 역시 그랬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유니클로, 에잇세컨드, 스파오 등 SPA 브랜드숍과 백화점 지하 1층 영플라자를 꾸준히 지나가며 패션 동향을 익혔다. 옷은 태그를 떼면 환불이 불가능한 만큼 고르고 골라 정말 마음에 차는 옷만 샀다. 그렇다면 송사리의 패션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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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다. 원색과 유니크함에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주변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발 엄마가 사주는 옷만 입으면 안 되냐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 다했다.


방향이 다를 뿐 패션에 관심 많던 내가 유일하게 소홀하던 영역이 존재했다. 바로 양말. 양말은 그저 신발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도구라고 여겼기에, 지갑을 열기가 그렇게 아까웠다. 트럭에서 무더기로 파는 발목 양말, 무턱대고 나이키, 아디다스 로고 박아놓은 '짭', 소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양말 등 짝만 맞으면 일단 부랴 신고 나가는 일상이 반복됐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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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사리도 어느덧 직장인이 되었고 바지 밑단과 신발 끝단 사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장 내 품위부터가 없어보였다. 발목 양말 또는 흰 양말, 로고가 훤히 보이는 양말을 신으니 말이다. '기지바지'와 로퍼 사이에 복숭아뼈를 내놓고 다니는 것만큼 없어보이는 게 없었다. 흰 양말로 틔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로 패션 양말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당장 저 수납공간을 새 양말로 떼울 수는 없지만, 기왕이면 어두운 색에 패턴, 도트 등 눈에 들어오는 요소가 가미된 양말을 신고 출근했다. 그리고 다리를 꼬거나 보폭을 크게 하며 최대한 바지 밑단과 신발 끝단이 보이고자 애썼다. 최근에 애용한 양말을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유니클로 스타워즈 양말 에디션. 15년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턴하던 회사에서 진행한 마니또 이벤트에서 선물받았다. 세 개 정도 받았던 것 같은데 저거 하나 남았다. 발열 양말이라는 특징이 있다. 정작 겨울에 따뜻한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문양이 알록달록 박혀있다보니 애용하는 양말이다. 근데 엄마는 너무 알록달록하다며 싫어한다.


저 양말도 어느덧 8살. 사람이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그러다보니 발뒷꿈치부분이 좀 불안하다. 자세히 살피면 맨살이 비친다. 이제 슬슬 이별을 준비해야할 때. 대체할 양말을 찾으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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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쯤 자라에서 산 양말이다. 저 양말이 'get'한 이유는 단 하나. 갈색 가로 줄과 이를 둘러싼 초록색 줄이 눈에 띄었기 때문. 바지와 신발 사이에 저 줄무늬가 보이면 예쁘겠다 싶었다.


그러나 판단 미스. 딱봐도 양말이 너무 커서 저 무늬가 밖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걸 간과했다. 더구나 털로된 양말. 신은 그 자체로 발에 땀이 찼다. 금방 올이 풀리기도 했고. 여러모로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다음 겨울 한파가 찾아올 때야 신을 것 같아보인다. 다시 새 양말을 찾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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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오다노 양말 세트. 4켤레에 만원으로 기억한다. 바지 사러 갔다가 "나를 사가세요"라고 호소하는 듯한 저 '땡땡이' 패턴에 홀려 나도 모르게 갯수를 채워 카드를 내밀었다. 100원 아끼려고 길 건너 마트를 향하는 나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저 양말이 맘에 들었다. 세트로 산 양말 나머지 세 켤레는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근데 신발부터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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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연애하며 처음으로 뭔가에 꽂힌 걸 발견한 여자친구가 갑자기 선물을 보냈다. 포장을 열어보니 라코스테 양말 3종 세트! 살면서 라코스테 브랜드를 가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와 라코스테 로고는 저렇게 생겼구나. 역시 실물을 보니 크로커다일과 뭐가 다른지 알겠다. 어느덧 나도 '메이커' 브랜드의 힘을 알 나이가 되었고, 저 양말을 신는 순간 전율이 흐를 거라 믿었다. 어서 신고 나가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코로나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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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기다려 다시 출근하게 된 첫 날 라코스테 양말부터 들었다. 그리고 버스에 앉아 다리부터 꼬았다. 사람들 시선이 내 양말에 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잉? 라코스테 로고가 안 보이는 것이다. 남들 눈에는 그저 그런 양말이면 어떡하지.. 이거 여자친구가 선물한 라코스테 양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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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자 모양으로 무릎을 오무리고 발을 벌림으로써 양말 자랑을 하고 있다. 꽃게가 걷듯 아장아장. 여러분 이게 라코스테라는 거예요.. 제발 쳐다봐주세요..


패션의 길을 멀고도 험하다. 양말을 바꾸니 볼품 없는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오는 지하철 한 대 정도는 흘러보낼 여유가 없이 사느라 구겨진 줄도 몰랐다. 이제 신발을 바꾸면 바지가 눈에 들어오고, 스케일은 커져 정장을 맞추겠지. 한 때 짤로 인기였던 모닝이 람보르기니되는 것처럼. 돈 많이 벌어야겠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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